[아바나(쿠바)=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쿠바의 수도 아바나(Havana)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만난 노엘(88)씨와 플로르(83)씨는 60년째 함께 사는 부부다. 젊었을 때 건축사로 일하던 노엘씨는 경험을 살려 은퇴 후에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플로르씨는 매일 아침 에어로빅과 태극권 등을 즐긴다. 이들은 “풍족하지는 않아도 마음 편하게 올 수 있는 병원이 있고 함께 살 수 있다는 점에는 만족한다”며 일상을 소개했다.
| 쿠바 아바나에 위치한 노화 연구소의 입구. 체 게바라의 얼굴과 그가 남긴 ‘한 사람의 생명이 부자의 모든 재산보다 소중하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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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는 전체 인구 중 60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22%에 달한다. 출산율이 높고 사망률 역시 높은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2021년 기준 평균 수명 역시 73.7세에 달해 브라질(72.8세), 멕시코(70.2세) 등보다 높다. 평균출산율 역시 대체로 2명 수준인 중남미 국가들보다 낮은 1.72명 수준에 그쳐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고민 중이기도 하다.
이러한 쿠바의 인구 구조는 ‘무상 의료 제도’와 연관이 깊다. 쿠바의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20여개에 달하는 예방 접종을 무료로 맞고, 아프면 언제든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지역 사회와 예방 중심의 의료 체계를 구축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쿠바의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8.42명으로, 한국(2.41명)의 4배에 가깝다. 의약품과 의료 물자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가족 단위는 물론, 지역 사회에서부터 고립이 없도록 인적 자원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국가 차원에서 노화연구소를 만들어 ‘나이듦’을 고민하기도 한다. 노화연구소 입구에는 쿠바의 혁명가이자 의사 출신이기도 한 체 게바라가 남긴 ‘한 사람의 생명이 부자의 모든 재산보다 소중하다’는 말이 적혀 있다. 레오나르도 로메로 하르디네스(35) 노화연구소 부국장은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계속 살고 싶다’는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며 “노화는 모두가 겪는 문제인 만큼 함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쿠바는 이러한 고민을 통해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재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후안 카를로스 쿠바 국가통계국(ONEI) 부국장은 “은퇴라고 해서 단순히 연금을 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직접 일하고, 사회적으로 다시 기능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경제가 어렵더라도 의료와 공공 교육 등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책임지며 노인이 자신의 새로운 역할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통·번역 도움=손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