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2003년 6월 입대를 앞두고 있던 20대 청년 오모씨는 6개월간의 미국 어학연수를 신청했다. 하지만 오씨가 미국에서 머문 시간은 6개월이 아닌 18년. 그는 그 기간 동안 한국땅을 밟지 않았고 일정 나이를 넘어서면서 병역은 자동 면제됐다. 이러한 병역 의무 ‘꼼수’ 위반에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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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당시 오모씨는 1급 현역 입영 대상자이자 대학생 신분으로, 입대를 앞두고 입영을 연기 중이었다. 그러던 그는 6개월간의 미국 어학 연수를 신청, 같은 해 12월 31일까지를 기한으로 설정해 국외 여행 허가를 받아냈다. 병역법에 따르면 국외여행의 허가를 받은 이가 신청했던 날까지 귀국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기간이 만료되기 15일 전까지 병무청장으로부터 기간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6개월이 지나도 오씨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지난해 11월까지 미국에 머물렀다. 그 사이 오씨의 나이는 만 36세를 넘어섰고, 이에 따라 자동으로 병역이 면제됐다.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온 오씨는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에 귀국하지 않고, 병역의 의무를 저버린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오씨가 현역 입영 대상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일부러 귀국하지 않았던 만큼 병역을 회피하기 위한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6일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민성철 판사는 오씨에게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씨의 행동이 헌법 제39조 제1항으로 정해진 ‘국방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국외 출국 당시 오씨는 자신이 현역 입영 대상으로 허가받은 기간까지 귀국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오씨는 법정에서 “어머니의 질병 등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며 귀국하지 못한 이유를 댔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씨처럼 어머니의 질병 등 유사한 어려움에 처한 많은 이들 역시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며 “본인의 선택에 따라 병역을 기피했고, 귀국한 이후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선처하게 된다면 국방의 의무가 무력화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오씨의 행동은 지금도 국가를 위해 희생 중인 많은 선량한 젊은이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준다”며 “피고인은 스스로 선택에 따라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