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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방문한 노인의 집에서 만난 노인들은 “삶의 어떤 부분이 가장 좋냐”는 질문에 모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노엘리아(91)씨는 “함께 사는 가족이 있지만, 이곳에는 또 다른 가족이 있다”고 소개했다. 노인의 집에 온 지 일주일여 됐다는 레글라(76)씨 역시 “자녀들이 타지에 살아서 혼자 살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활동도 할 수 있고 인간의 온정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바나 내 이러한 ‘노인의 집’은 49곳에 달한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고, 세 끼 식사가 제공된다. 산책과 운동은 물론,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이 있으며 노인들은 자유롭게 이에 참여할 수 있다. 벽 곳곳에는 노인들이 직접 그린 그림은 물론, 손수 만든 인형 등도 걸려있다. 이들은 자신이 젊었을 때 유행하던 음악을 듣거나, 젊었을 때의 흑백 사진을 보고 서로 누구인지 알아맞춰보는 게임 등을 즐긴다. 또 지역 아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원한다면 미겔 디아즈카넬 쿠바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써 사회의 어른으로서 ‘정책 조언’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노인의 집’은 쿠바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노인들이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최소 연금은 1500 쿠바 페소(한화 약 7만원) 수준이지만, 식량과 생필품이 배급되고 의료비 부담이 들지 않으며, 원한다면 노인의 집을 방문해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다. 또한 원한다면 은퇴 연령을 넘겨서 일을 계속 할 수도 있다. 오마르(76)씨는 “코로나19와 미국의 경제 봉쇄 이후 우유와 유제품 등 수입품은 구하기 어려워졌다”라면서도 “기본적인 생활에 지장이 없고, 수동적으로 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상주하는 마리엘라씨 외에도 의료와 일상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의사, 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이뤄 노인들을 돕는다. 의사 아나(57)씨는 “노인의 집은 지역 사회 단계에서 노인들의 활동을 돕고, 고독으로 인한 문제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 된다”고 했다. 다른 의사 알베르토(54)씨 역시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노인들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며 “일상 속 ‘관계 맺음’을 통해 노인들에게 사회 내 역할을 부여하고, 사회나 국가가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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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회에 마련된 노인의 집 외에도 쿠바에는 치매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24시간 상주하며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있다. 아바나 산타페(Santa Fe) 지역에 위치한 ‘노인의 보금자리’(Hogar de ancianos)는 2층짜리 건물로, 16명의 노인들이 24시간 생활한다. 이들을 위해 의사 1명과 간호사 등 보조인력 16명이 상주해 일상을 돕는다.
이곳의 노인들은 대부분 치매를 앓고 있지만, 무력하게 앉아있지만은 않았다. 이들 역시 자신이 젊었을 때 나오던 노래를 감상하고, 손을 흔들거나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 젊었을 때 시인이었다는 카리다(86)씨는 이곳에서 17년째 살았다. 치매를 앓고 있음에도 카리다씨는 지금 기분을 묻자 “아침마다 햇살이 내 얼굴에 입을 맞춰주는 것 같다. 살아있는 것이 좋다”며 웃었다. “내 시가 어땠냐”고 묻는 카리다씨에게 간호사들은 박수를 쳐주었다.
쿠바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산업인 관광업에 타격을 입은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 등도 고민으로, 휘발유와 의약품 등 각종 생필품이 풍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가족은 물론, 지역에서부터 시작되는 보살핌 체제에 대한 신뢰는 존재했다. 리세씨는 “단순히 돈이 없다고 해서 시설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늙어가는 것은 모두가 당면한 문제인 만큼, 계속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통·번역 도움=손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