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짜리 반려묘 ‘호두’를 키우는 직장인 박모(30)씨는 최근에 조금 저렴한 사료로 바꾸려다 실패했다. 뜯기만 했을 뿐 도통 먹지 않은 사료 3kg짜리를 어쩔 수 없이 중고거래 사이트로 팔아 손해를 봤다. 박씨는 “내년 결혼 앞두고 있어서 회사에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돈 아끼는데 ‘호두’ 밥은 싼 걸로 바꿀 수가 없다”며 “나름 입맛과 취향이 있으니 내가 맞춰줄 수밖에 없다”고 체념한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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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2021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국 312만9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15%에 달한다. 약 1000만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보편화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사료와 간식, 장난감에 더해 아플 때 필요한 병원 진료비 등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사료와 간식비가 오르지만, 그렇다고 저렴한 걸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고 반려인들은 입을 모은다. 3살 고양이를 키우는 직장인 차모(39)씨는 “어렸을 때부터 먹던 사료가 있고, 일부 재료에는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사료를 바꾸는 게 조심스럽다”며 “예전부터 반려묘 사료를 만들어온 외국 기업들의 사료가 믿을만하다는 인식도 있어서 저가의 국내산 제품으로 바꾸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9살 푸들을 키우는 직장인 김모(48)씨도 “먹던 간식 말고 조금 싼 걸 주면 이상하게 안 좋아하는 것 같고 잘 안먹어서, 결국은 돈 두 번 쓰는 셈이 된다”고 푸념했다.
먹는 것 외에 혼자 집을 지켜야 하는 반려동물을 위한 적정 온도 유지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찮아졌다. 5살짜리 반려견을 키우는 직장인 권모(27)씨는 1.5룸에서 자취 중으로, 지난달 ‘난방비 폭탄’으로 평소의 3배에 달하는 돈을 냈다. 권씨는 “강아지 때문에 보일러를 끌 수가 없어 켜놨는데 혼자라면 아낄 수 있었던 걸 아끼지 못했다”며 “이달까진 난방 텐트를 두거나, 두꺼운 이불을 깔아놓고 온수매트 예약 기능을 켜놓고 버티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춥거나 더워서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비가 더 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취약계층에 한해서마나 지자체가 반려동물 의료비 지원에 나서기로 한 건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건강 검진과 병원 치료 등에 40만~50만원을 지원하는 ‘울동네 동물병원 사업’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