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범람은 건전한 사고와 상식을 지닌 사람을 밀어내고 극단적인 이념과 폭력성을 가진 이들을 대거 공론장의 한가운데로 밀어 올리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깜빡 속아 넘어갈 만큼 정교한 가짜뉴스들이 지금도 언론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다. 각종 저작물 침해도 심상치 않다. 창작자들의 눈물과 땀으로 세상에 나온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복제하고 유통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은 도처에 널려 있고 공권력은 이러한 불법 유통을 완전히 근절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마약과 성착취물의 유통은 플랫폼의 해악 중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10대 청소년들까지도 별 문제의식 없이 일반인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들어내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것이 역사적 진보의 단순한 부작용일까.
정부의 규제는 엄격한 법적 근거와 함께 ‘형식엔 무한한 자유를 주되 내용엔 반드시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전제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창의와 편익증대를 위한 노력은 제한하지 않되 내용에 따른 결과에는 스스로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이다. 산업이 막 걸음마 단계를 지날 땐 책임보다 자율을 통한 성장이 중요하지만 이제 플랫폼 사업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성인이 자기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지듯 플랫폼사들도 자사 플랫폼이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자각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특히 새로운 양상의 범죄적 피해는 전력을 기울여 예방조치에 만 가지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 극복의 노력이 건전한 생태계와 새로운 진보를 실현케 해준다.
플랫폼의 책임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당면과제는 갈수록 치밀해지는 피싱 범죄다. 너무 그럴듯해서 인터넷과 플랫폼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은 말할 것도 없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년들까지도 쉽게 피해를 보고 있다. 주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다. 이 피싱 범죄야말로 ‘형식은 자유롭게, 내용은 책임있게’라는 원칙이 자리 잡아야 근절할 수 있는 분야다. 지금까지 플랫폼사들은 우리는 길만 빌려줬을 뿐 그 안에서 개인들 간에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선 모른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해 왔다. 그러나 한 해 수십조, 수백조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카카오톡, 라인, 메타가 과연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국가가 깔아 놓은 도로가 부실시공과 관리부실로 사고를 유발하면 국가가 돈을 들여서 도로를 보수하고 예방책을 강구한다. 플랫폼이 깔아놓은 디지털 고속도로 위에서 누군가 작정하고 피싱 범죄를 일으키고 너무나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 플랫폼사들은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피싱 범죄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자면 통신 플랫폼 또한 구제와 보상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보이스 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연간 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휴대폰 플랫폼은 통화로 발생하는 보이스 피싱 등 각종 범죄에 반드시 사전 예방과 부작용 예측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제조물 책임보다 더 많이 져야 한다. 새로운 플랫폼이 얻는 독점적 이익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은 필연적이고 플랫폼의 잡식성 문어발식 사업 전개는 플랫폼의 횡포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인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플랫폼이라는 양날의 검을 어떻게 다루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키고 편익을 증진할 것인지에 대한 신속하고 공동체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예방과 피해 구제의 책임은 고통받는 우리의 가족, 이웃,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가 돼야 한다. 이를 간과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그야말로 구두선이며 악어의 눈물이다. 정치권도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 앞장서야 할 책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