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상경 집회를 계기로 정부와 여당이 야간 시위 금지를 골자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과도한 소음도 제한할 수 있게 법을 바꾸겠단 구상이다. 하지만 앞서 헌법재판소에서 ‘집회·시위 허가제’에 위헌 판단을 내린데다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야당, 시민사회계까지 반대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7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 ‘노동자, 서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윤석열 정권 퇴진 결의대회’로 주변을 지나는 차들이 서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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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정치권과 경찰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고위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집시법 개정 방향을 정했다. 자정부터 새벽 6시 사이 야간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게 가장 큰 내용이다. 지난 15~16일 건설노조의 1박2일 노숙집회와 같은 집회를 ‘봉쇄’하겠단 취지다.
하지만 이렇듯 시간을 정해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건 위헌적 요소가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헌재는 야간 집회를 금지한 현행 집시법 10조에 대해 두 차례 위헌 판결을 낸 바 있다. 2009년에는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라는 규정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4년에도 재차 ‘해가 진 후부터 자정까지 시위를 처벌하면 위헌’이라고 봤다. 이후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야간 집회는 원칙적으로 신고하면 허용되는 상황이다.
야당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야간 집회 금지는 실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헌법 정신마저 부정하려고 하는 정부여당의 행태는 후안무치하다”고 논평했다. 정의당도 “헌법 규정을 정부가 무시할 수 있었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라고 했다. 현재 야당 의석이 과반을 넘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밀어붙인다해도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동 및 시민사회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23일 논평을 내 “서로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보장하는 것이 집회와 시위의 권리”라며 정부의 이번 움직임을 ‘무대포 정신’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역시 “초법적이고 위헌적 발상”이라며 “규제가 아닌 안전하게 집회할 권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한편 여당에선 집회· 시간을 제한하는 방안 외에도 소음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추진하고 있다. 확성기 등 소음 기준을 법률로 정하고,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안, 소음 기준을 위반한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을 국회에 발의해놓은 상태다. 야당에서도 지속적인 소음과 더불어 혐오 발언과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내, 소음 제한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선 일정 부분 공감대가 있는 걸로 보인다.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국민 대부분이 수긍할 수 있는 집시법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질서 유지의 주체인 국가, 집회의 자유를 누려야 하는 집회인, 일반 주민 등 어느 일방의 시각이 (법 개정 과정에) 강요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다양한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법적 강제로만의 해결이 어려운 만큼 ‘상호 관용의 문화’ 정착이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