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프랑스엔 없다고요?" 배우자 상속세 물어보니

[이데일리 상속세 개편 전문가 설문]
15명 중 13명은 배우자 공제 확대 필요성에 '긍정적'
절반은 기본공제 확대, 한도 '100억까지 늘리자' 응답도
1997년 이래 '제자리'…"세제 전반 선진화 관점서 논의해야"
  • 등록 2024-01-31 오전 5:02:00

    수정 2024-01-31 오전 8:10:17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배우자 간 상속에게까지 세금이 부과되는 현행 상속세의 배우자 공제 한도를 현실성 있게 고쳐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997년 이후 바뀐 사회·경제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기본 공제를 상향하는 것은 물론, 한도 상향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30일 이데일리가 경제·조세학자 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상속세 개편 설문조사에서 15명 중 13명은 배우자 공제 제도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전체 참여자 중 86% 수준이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현재 상속 및 증여세는 과세 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최고 세율인 50%가 적용되고 있다. 배우자 공제는 부부의 재산은 함께 노력해 축적한 공동 재산인 만큼 부부 간 상속이 이뤄질 때에는 이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는 1997년 상속세 공제 제도 개편 이후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현행 배우자 공제는 30억원이 한도며, 법정 상속지분 내 실제 상속가액과 5억원 중 큰 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배우자 공제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한 전문가 13명 중 절반에 가까운 6명은 기본 공제를 상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 한도 30억원에 대해서는 ‘50억원까지 늘려야 한다’, ‘70억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응답자가 각각 2명에 달했다. 3명의 전문가는 ‘100억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행 상속세 배우자 공제 제도에 따르면 배우자 사망 시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022년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별세 이후 배우자인 유정현 이사는 자녀들의 몫을 포함해 넥슨 지주회사(NXC) 주식을 물려받았지만, 이에 따른 세금이 6조원에 달했고, 전체 지분율의 29.3%에 해당하는 지분(약85만1968주, 약 4조7000억원)을 상속세 대신 물납한 바 있다.

반면 미국은 물론, 프랑스와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부부 간 상속세는 상속이 아닌 ‘재산 분할’로 여겨진다. 이로 인해 사실상 무한대로 한도 없이 전액 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한국 역시 그간 크게 상승한 물가 등 사회·경제적 환경을 고려함은 물론, 국제 표준에 맞춰 배우자 공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국회 입법조사처(입조처) 역시 지난해 ‘상속세 공제한도 조정 논의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상속세 배우자공제를 포함, 인적공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피상속인 기준인 현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제를 각자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등 과세 방식 등도 함께 손질해 배우자 공제의 원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 역시 과세 전반의 ‘선진화’라는 취지에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속세는 세제 전반의 선진화라는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조세 본연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취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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