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떠나 대기업 가는 ‘퇴직 검사’ 늘어난 이유

尹정부 전반기 135건…文정부 전반기比 32%↑
대기업·규제산업 집중…법률리스크 대응 수요
  • 등록 2024-11-28 오전 5:00:00

    수정 2024-11-28 오전 6:41:13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퇴직 검사들의 재취업 행선지가 대기업과 금융권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삼성·현대차·SK 등 주요 그룹의 법무·감사 관련 직책에서 이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기업의 법적 리스크 관리와 규제 대응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사진= 이영훈 기자
27일 참여연대가 발표한 ‘검찰·법무부 출신 퇴직공직자 민간 취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전반기 검찰·법무부 출신 퇴직 검사의 민간기업 취업은 135건으로, 문재인 정부 전반기(102건) 대비 32.4% 증가했다. 특히 검사장급이 아닌 일반 검사들의 민간 취업이 문재인 정부 전반기 21건에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53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대기업 그룹으로의 취업 사례가 두드러진다. 삼성의 경우 삼성SDS, 삼성생명(032830)보험,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계열사에서 검찰 출신 인사들을 영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005380), 현대위아(011210) 등에서, SK그룹은 SK디스커버리(006120), SK가스(01867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에서 검찰 출신 인사들을 잇따라 영입했다.

산업별로도 뚜렷한 특징이 나타났다. 금융과 제약, 건설 등 규제 산업을 중심으로 검찰 출신 인사 영입이 활발했다. KB캐피탈, 교보생명, 한화손해보험(000370) 등 금융권과 대웅제약(069620), 일양약품(007570), 메디톡스(086900) 등 제약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는 해당 산업의 특성상 법적 분쟁 가능성이 높고, 각종 규제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맡는 직책은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이 가장 많았다. 대기업의 경우 법무실장이나 컴플라이언스 책임자로 채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한 사람이 여러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사례도 많았다. 사외이사의 경우 통상 3년 임기로 선임됐고, 재선임된 사례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 법률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대기업은 대형 사건과 규제 대응을, 바이오·제약 산업은 연구개발 과정의 분쟁 대비를, IT·통신 기업은 개인정보 및 디지털 규제 준수를 위해 법률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검사와 검찰수사관 등 검찰 출신 인사들이 검찰청과 법무부를 넘어 다른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요직에 진출하는 ‘검찰국가화’ 현상을 지난해 경고한 바 있다”며 “이번 조사에서도 공직사회를 넘어 검찰 출신 공직자들의 민간영역 취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 ‘검찰국가화’ 현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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