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김모씨는 벌써부터 이번 추석 명절이 스트레스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최근 몇 년 동안의 설·추석 때엔 경기 강화도 부모댁에 가지 않거나, 가더라도 짧게 들러 가족 모두와 마주치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정부가 이번 추석을 ‘3년 만의 거리두기 없는 명절’로 선포하면서, 친척과 가족 등 인원 제한 없는 만남이 이뤄지게 됐다. 김씨는 “부모님에 언니네 부부랑 남동생 내외에 조카들까지 모두 모여서 추석 당일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며 “삼십대 후반에도 결혼 안한다고 들들 볶였는데 이번엔 더 할까봐 솔직히 가기 싫다”고 토로했다.
김씨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속에 불편한 만남을 피해왔던 이들 사이에는 “좋은 핑곗거리가 사라졌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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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처가 등을 방문해야 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주부 진모(57)씨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시부모님과 남편이랑 나랑 4명이서 차례를 간소하게 지냈는데 이제 다시 친척들도 오가면서 판이 커지지 않겠냐”며 “그나마 작게 지내서 좋았는데, 이제 차례상에 식사에 다과에…음식하고 상차리고 설겆이하다 시간 다 보내는 명절이 달갑지 않다”고 했다. 역시 주부 김모(47)씨는 “제부가 만나기만 하면 부동산, 정치 얘기를 해서 보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또 봐야 한다”며 “명절이랍시고 괜히 만나서 싸움이 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불편한 상황을 줄이고 함께 하는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선 상호 배려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이 적어졌다가 다시 늘어나면서 가족뿐만이 아니라 학교, 사회 등 곳곳에서 갈등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며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인 만큼 서로 배려하고, 먼저 조심하면서 주의해야 ‘다시 만난 명절’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