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흔들리는 '성수 불패'…지식산업센터 좌초 위기

900평 규모 지식산업센터 계획했지만 잔금 못치러
서울 성수동 소재 지식산업센터만 40곳 '공급 포화'
"공실률 0%도 많지만 임대료 비싼 곳은 50% 수준"
  • 등록 2024-04-19 오전 5:00:00

    수정 2024-04-19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불황’을 비켜간다는 서울 성수동 일대에도 지식산업센터 후발 사업지가 좌초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포화와 비싼 땅값, 고금리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수동2가 소재 900평 규모(2975.20㎡) 부지에 지식산업센터가 건립될 계획이었지만, 대출 잔금을 치르지 못해 해당 부지를 매입할 새주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땅값만 1평(3.3㎡)당 1억6000만원을 호가해 이곳 부지를 매입하려면 1440억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 성수동2가 소재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설 계획이던 건물. (사진=이윤화 기자)
성수역 인근 A공인중개사는 “해당 부지에 지식산업센터를 짓는다고 들었지만, 사업이 멈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워낙 땅값이 비싸서 부지를 살 사람이 나타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수동 일대 지식산업센터는 약 40곳에 이른다. 공실률이 0%에 달하는 곳도 많지만, 비교적 최근 생긴 곳은 입주율이 절반에 불과한 곳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준공된 코리아IT센터는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사무실 절반이 비어 있는 상황이다. 과거 대원문화사가 위치하고 있던 부지에 지어진 성수CF-타워 역시 전체 93호실이 모두 채워지지 않았다.

성수2가 소재 B 공인중개사는 “성수동은 지식산업센터 불황에도 잘 되는 곳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새로 들어선 곳까지 하면 40곳 정도는 될 것”이라면서 “공실이 아예 없는 곳도 많지만 새로 짓는 지식산업센터나 오피스 건물은 건축비나 토지 비용이 너무 뛴 탓에 임대가 안되는 곳도 많아 신규 분양을 받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식산업센터는 중소·벤처기업의 사무실이나 소규모 공장이 입주할 수 있도록 3층 이상으로 지어진 집합 건축물이다. 도시 인근 공장 용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8년 공공기관에 한해 ‘아파트형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도입됐다가 1995년 민간도 건축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그러다 정부가 2010년 신도시 등 택지 지구의 베드타운화를 막고 자족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식산업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유치를 권장한 뒤 투자처 중 하나로 각광 받았다.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지식산업센터는 공실이 속출하며 부동산 시장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전국에 공급될 예정이거나 공급된 지식산업센터는 총 1543곳(미착공·건축중·건축완료 포함)이다. 2020년 4월 말 1167곳에서 4년 만에 376곳이 늘었다.

지식산업센터는 계속 늘고 있지만 거래는 줄어드는 추세다.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 플랫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 건수는 3395건에 그쳐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8287건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거래 금액도 3조4288억원에서 1조4297억원으로 2조원 가량 급감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지식산업센터의 공급과잉 문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성수동은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곳 중 하나지만, 지식산업센터 시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축소된 상황이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도 있고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일 수 있다”면서 “(지자체도) 공급과잉 상황을 판단하기 쉽지 않고, 민간 개발사업이기 때문에 건축허가 신청이 오면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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