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도 눈독 ‘팝업스토어’…유통 지형도 바꿨다

백화점 내 팝업 문전성시…성수동·홍대 번화가도 팝업 전성시대
더현대서울, ‘리테일의 무덤’ 여의도서 팝업 등에 업고 성공
너도 나도 팝업 홀릭…“인스타로 퍼지면 홍보효과 막대”
식품·패션·주류 등 전분야서 팝업 마케팅 대세로 자리매김
  • 등록 2023-07-21 오전 6:30:00

    수정 2023-07-21 오전 6:30:0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팝업스토어를 재미있게 꾸며 놓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와서 사진도 찍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자동으로 홍보하는 효과가 있습니다.”(유통업계 관계자)

팝업스토어가 유통가의 새로운 성공방정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통상 1주~1개월 사이만 영업하는 임시매장을 뜻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 내 노는 공간에 단순히 행사 상품을 판매하는 임시 매장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백화점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주요 장소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아이돌그룹의 음반부터 먹거리·마실 거리·패션·영화·웹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소위 특정 영역의 ‘덕후’부터 놀거리·먹거리 전반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마케팅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백화점·대형쇼핑몰 뿐만 아니라 홍대·성수동 등 소위 ‘힙한’ 장소에는 어김없이 팝업스토어가 들어선다. 최근에는 공실을 보유한 건물주들도 ‘임대’ 대신 ‘팝업 유치’ 현수막을 걸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2~3년새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발품을 팔아 재미있는 곳을 찾아 다니고 기업은 이를 활용하는 새로운 마케팅수단으로 팝업스토어가 성행했다”라며 “이제는 한때의 열풍이 아닌 엄연한 하나의 고정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 ‘주먹감자라면’ 팝업스토어의 로봇팔 각인 서비스(사진=정병묵 기자)
더현대서울의 성공요인 단연 ‘팝업스토어’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더현대서울 지하 2층. 이곳에서는 10~20대로 보이는 고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주먹감자라면’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팝업스토어에도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라면을 맛보고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SNS에 올리기에 한창이었다. 에프엑스아이피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3주간 하루 2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했다.

주먹감자라면이 들어섰던 더현대서울은 2021년 개점 이래 ‘팝업의 성지’로 자리매김 했다. K팝 아이돌 그룹의 데뷔(뉴진스)와 컴백(블랙핑크)을 비롯해 자동차 신차 전시(아이오닉6), 영화(아바타2: 물의 길),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슬램덩크), 웹툰(데뷔못하면죽는병걸림) 등 다양한 이색 콘텐츠를 지속 선보이며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유통가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여의도에서 더현대서울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핵심 요소는 단연 팝업스토어다. 현대백화점(069960) 관계자는 “주말에 더현대서울을 방문하기 위해 여의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을 불러모을 수 있었던 요인이 바로 팝업스토어”라고 설명했다.

올해 1~2월 운영한 인기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팝업은 대표적 만원 사례였다. 행사 첫날 오전 대기번호가 800번대가 넘어가며 접수를 조기 마감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팝업스토어가 연간 200만명 이상의 추가 고객 유입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특히 팝업스토어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 중 75%는 MZ세대 고객이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기업이미지 제고 위한 팝업스토어도 생겨

팝업스토어의 시초는 2010년 중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건물을 임대해 몇몇 대기업들이 시험 운영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임대료가 워낙 비싼 탓에 대기업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마케팅이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팝업스토어가 유통업계의 필수 마케팅 수단이 됐다. 접하기 어려웠던 명품도 팝업스토어에 입점 중이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잠실 에비뉴엘점에서 루이비통의 팝업스토어를,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서 해외직구로만 만나볼 수 있던 ‘시미헤이즈 뷰티’를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팝업스토어는 특정 제품의 매출 상승을 겨냥한 마케팅이 아닌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형태로도 발전하고 있다. 무림페이퍼는 지난달 스타필드 하남에 친환경 페이퍼를 소개하는 대형 팝업을 꾸렸다. 종이 미끄럼틀,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 등 다채로운 이색 체험 콘텐츠를 구성했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기업간거래(B2B) 기업이라 직접 소비자와 접점은 없지만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팝업스토어를 통해 대중에게 알린 사례”라며 “매출과 직접 연관이 없더라도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팝업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무림페이퍼)
‘힙한’ 이미지가 인스타그램으로 퍼져 막대한 홍보 효과

팝업스토어의 또 다른 중요한 한 축은 ‘독립형 팝업’이다. 홍대·성수동의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팝업을 위한 전문 공간이 성행하고, 강원도 양양 ‘서피비치’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공간에 지역을 불문하고 팝업스토어 경쟁이 치열하다. 독립형 팝업은 처음에는 브랜드를 알리기 힘든 중소 업체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대기업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발돋움했다.

롯데웰푸드(280360)는 지난해 4월 성수동 소재 팝업 렌트 공간 ‘R 올드타운’에서 ‘가나초콜릿’ 팝업스토어를 열어 한달 간 2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같은해 10월에는 매일유업(267980)이 ‘어메이징 오트 카페’를, 지난 6월에는 롯데웰푸드가 ‘나뚜루’ 팝업을 이곳에서 진행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도 작년부터 팝업스토어의 위력을 알고 백화점 외에 ‘힙한’ 성수·홍대 쪽에 여는 걸 선호한다”며 “이런 곳을 찾는 이들이 주로 MZ세대이고 그들이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진을 예쁘게 찍어 올리면 그만한 홍보 효과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팝업스토어 전문 공간 ‘R’(사진=정병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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