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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네 살 때는 유명교재라며 천만 원이 넘는 영어 전집을 상의도 하지 않고 사서 다투는 일도 있었고, 다섯 살 때부터는 영어 유치원을 고집해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초등 3학년인데 월급의 대부분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벅찬 현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아이를 새벽 한 두시까지 학원 숙제를 시키고 잠도 재우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면 “이 정도도 못해서 어떻게 대학을 가려고 하냐, 다른 애들 어떻게 공부하는지 아냐”며 아이에게 윽박을 지르니 아이는 점점 위축된 모습입니다. 제가 나서서 말려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당신이 뭘 아냐”며 저에 대한 무시와 비난만 쏟아냅니다. 요즘은 할머니, 할아버지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니네 부모는 뭐하는 거냐”며 시부모까지 비난합니다.
부부싸움이 끊이질 않고 공부에 치이는 아이는 너무 불쌍합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혼을 하는 게 나을까요?
- 자녀 교육비에 적정선이 있을까요?
△자녀 교육은 부모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부가 자녀 교육에 대한 문제로 완벽하게 의견이 일치하기는 사실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교육이 어디까지가 적정하고 어디까지가 적정하지 않은지 구별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부모가 가정의 경제적 상황이나 자녀의 상태 등을 고려해 대화로 좀 더 나은 방향이나 방법을 고민하고 그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열 살 정도 되는 아이를 새벽까지 잠을 재우지 않는다는 것은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대하는 것에 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동복지법 3조에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신체 학대, 정서 학대, 성 학대, 방임을 아동 학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잠을 재우지 않는다면 신체 학대에도 해당되고 정서 학대에도 해당 될 것으로 보입니다.
- 부모의 공부 강요가 어느 정도 되면 학대에 해당할까요?
△자녀를 교육하는 건 부모의 기본적인 의무이기도 합니다. 자녀가 공부하기 싫다고 해서 적절한 교육환경을 제공하지 않고 무관심하게 내버려 두고 ‘원하는 대로 해라’ 이렇게 하는 것은 오히려 방임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지 부모의 교육열이 높다고 해서 그 자체가 문제가 되거나 학대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자녀가 현실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자녀의 복리를 해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사연의 경우에는 열 살 아이가 매일 새벽 한두 시까지 학원 숙제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한다면, 통상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정상적인 범주를 넘는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 실제 과도한 교육열로 아동학대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나요?
- 아내의 과도한 교육열은 이혼사유로 인정 될까요?
△부부가 교육관이 서로 다른 부분을 이혼사유라 볼 수 없지만, 사연처럼 교육열이 지나치다 못해 자녀가 고통을 호소하고, 가정 경제에도 극심한 어려움이 있고, 남편이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아내가 문제의식도 없고 개선할 의지가 없고 오히려 남편과 시댁식구들을 무시 경멸하는 말을 하고 있고, 대화로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면, 면밀히 더 봐야겠지만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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