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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위태롭다. 새해 벽두부터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꺼내 들었지만 불과 이틀 만에 당 차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찬반양론이 팽팽한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지만 사실상 철회한 모양새이기 떄문이다. 여야 정치권의 해묵은 난제 해결을 위해 총대를 메고 히든카드를 제시한 셈이지만 리더십에 상처만 입었다.
게다가 최근 지지율 추락으로 차기 주자로서의 위상 또한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주요 현안에 대해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로 ‘엄중낙연’으로 불렸던 예전 이미지와는 차별화된 행보를 선보이고 있지만 지지율 반전은커녕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여야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사면 추진이 탄력을 얻을 경우 국민통합형 리더로서의 위상 구축은 가능하다. 다만 시기상조론을 앞세운 민주당 내부의 반발과 야권의 경계과 의심이 지속될 경우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로서는 차기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0%대 대세론 총선 이후 물거품…친문 눈치보기로 하락세
이러한 결과는 지난 4월 21대 총선 이후와는 정반대다. 당시 민주당은 180석 총선 압승을 발판으로 정치적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이 대표 역시 40%대 초반의 지지율로 차기 독주체제를 가동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 취약한 당 기반 강화에 나섰다. 차기 독주체제를 굳히려는 계산이었다. 다만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이 대표는 득점보다 실점이 많았다. △부동산 난맥상 △검찰총장 징계사태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코로나19 백신대응 논란 등 친문진영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오락가락 눈치보기 행보로 점수를 까먹었다는 지적이다. 중도층 외연확대가 강점인 합리적 성향의 이 대표가 이른바 ‘이낙연다움’이라는 페이스를 잃고 강경 일변도로 흘렀다는 지적이다.
‘이대로 밀리면 차기 없다’ 이낙연, 與강경파 설득 최대 변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여야 정치권의 최대 난제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이제는 풀어야 할 문제라는 주장에서부터 촛불민심에 반한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이 대표가 띄운 사면 이슈는 정치적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청와대와의 사전교감 없이 이 대표가 사면 이슈를 꺼내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민주당 안팎의 강경파 설득에 실패하면서 이 대표의 정치행보는 오리무중의 상황에 접어들었다. 이 대표의 사면론 제안에 민주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시끄러운 상황이다. 실제 민주당 게시판에는 이 대표에 대한 지지 철회에 이어 대표직 사퇴, 민주당 탈당 등의 거친 주장이 속출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최근 당청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낙연 대표의 차기 지지율이 올라가기는 힘든 구조”라면서 “특히 이 대표가 3월초에 그만둬야 하는데 4월 재보선에서 실패하면 더 어려워진다. 선거 승리를 위해 중도층 확보가 필수적이다. 차기 대선을 대비한 전략적 승부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