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청와대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화두를 꺼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4월 보궐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도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답보 상태라면 전향적 조치도 고려될 수 있다는 의미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강원도 원주역에서 KTX 이음 개통식을 마치고 열차에 탑승해 제천으로 이동하며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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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를 받아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2003명을 대상으로 집계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6.6%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 59.9%도 취임 이후 최고치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그간 코로나19 방역이 지지율 버팀목 역할을 해왔지만 3차 감염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데다, 부동산 문제와 검찰 개혁 과정의 갈등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취임 초 지지율 고공행진 당시 해법이었던 대북 문제 역시 현재로서는 대안이 되기 힘들다. 지지율 반등 모멘텀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건의 카드가 유효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대선 경쟁 가도 당시에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마자 바로 사면권한을 이야기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2년 뒤인 2019년 5월 KBS 대담에서는 “제 전임자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제가 가장 가슴 아프고 부담도 크다”고 한결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임기 초반 정치인에 대한 사면에 거리를 뒀던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 들어서면서 정치인 사면권을 사용했다는 점도 변화의 지점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2월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공성진·신지호 전 한나라당 의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사면했다.
2021년은 사실상 문 대통령이 국정에 오롯이 전념할 수 없는 마지막 해나 진배없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2022년 대선의 전초전 격이다. 이어질 대선 정국에까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청와대와 여당의 교감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간 문 대통령이 ‘사면’을 바라오던 시선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달 중 열릴 예정인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되느냐가 다소 미묘한 지점이다. 신년 기자회견이 오는14일로 예정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최종 상고심 선고 이후에 개최된다면 사면을 언급할 분위기가 조성된다.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을 지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거기에 대해서 입장을 말씀하시는 건 조금 이르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먼저 말씀하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