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 확정과 같은 결과만으로 곧바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재차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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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5년 9월 특수절도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뒤 구속영장이 발부돼 약 1개월간 수감됐다가 풀려났다. A씨의 체포 배경에는 B씨의 제보가 있었다. 2015년 7월 구치소에 수용 중이던 B씨는 대구의 한 경찰서에 ‘송유관 기름 절도’ 제보 서신을 보냈다. A씨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관련 수사에 착수해 B씨의 제보를 뒷받침하는 정황들을 확인하고 A씨를 체포했고 검찰에 구속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이다.
그러나 검사는 “A씨가 자금 조달 역할을 한 것처럼 B씨가 허위제보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A씨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한 B씨가 허위제보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은 경찰관들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고 국가가 A씨에 35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다만 경찰관들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경찰관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경찰이 합리적 이유 없이 체포·구속영장을 신청해 집행하고 가족 접견권을 침해하는 등 지켜야 할 준칙과 규범을 지키지 않았다”며 “A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접견제한도 증거인멸과 공범 도주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의 수사활동이나 수사과정에서 이뤄지는 판단·처분 등이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사법경찰관의 수사활동·판단·처분 등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비춰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 나중에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었다거나 법원의 무죄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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