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수' 샤오미 "우린 짝퉁애플 아니었어"

샤오미 성공법칙 창업자가 밝혀
"구글·애플·아마존 합한 회사"
사용자는 마케팅대상 아닌 친구
스마트폰과 함께 참여감 팔아
"놀이터 펼쳐놨더니 절로 찾아들어"
…………………………………………
참여감
리완창|372쪽|와이즈베리
  • 등록 2015-09-16 오전 6:17:00

    수정 2015-09-16 오전 6:17:00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모든 일은 ‘대세를 따르면 순조롭게 이뤄지는 법’(順勢以爲·순세이위). 창업을 하는 사람을 운 좋은 ‘돼지’라고 하면 사용자의 참여는 ‘태풍’이다.”

돼지는 무엇이고 태풍은 또 무엇이냐. 하지만 여기에 핵이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기업, 지난해 2분기부터 기어이 삼성까지 추월해 세계시장서 4위를 꿰찬 6년 차 스타트업 샤오미 얘기다. 그 기록적인 성장에 돼지와 태풍이 있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태풍을 일으켜 돼지를 하늘로 띄울 수 있듯 사용자 ‘참여’에 붐업을 일으키면 스타트업의 성공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샤오미가 컬러로 삼고 있는 오렌지색 공간에 돼지가 둥둥 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였다.

사실 나올 얘기는 다 나왔다. 책은 샤오미의 성공신화에 관한 총체적 분석이다. 레이쥔 CEO와 함께 샤오미를 공동창립한 리완창 마케팅책임자가 직접 펜을 들었다. 내부인이 직접 꺼낸 내용인 만큼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남들은 모르는 속사정 공개 혹은 일정 부분 공정하기를 포기한 주관적인 포장. 누군들 아니겠나. 저자 리완창 역시 그 교묘한 줄타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란 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참여감 3·3법칙’이란 거다. ‘폭발적 인기상품’이란 제품전략, ‘직원들이 먼저 팬이 되는’ 사용자전략,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콘텐츠전략. 풀어내자면 기업과 사용자가 윈윈할 수 있는 ‘참여의 마디’를 개방하고, 서로가 ‘소통하는 범위와 깊이를 디자인’하며, 결정적으론 ‘입소문 사건을 확산’한다는 것.

켜켜이 층을 쌓았지만 알맹이는 간단하다. 마니아를 위한 제품이란 건 결국 ‘그들이 재미있게 놀도록 해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거다. 여기에 삼성이나 애플과 분명히 구분되는 블록이 있다. 삼성·애플의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고 말할 때 샤오미의 사용자는 ‘스마트폰과 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샤오미는 단순히 고사양 제품을 싸게 만들어 팔다가 덜컥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참여감을 제공한 놀이터’를 펼쳐놨더니 사용자들이 저절로 찾아들었다고 할 뿐.

▲‘실수’인가 ‘실력’인가…돼지를 하늘로 날리는 비법

샤오미의 돌풍이 시작된 건 프리미엄급 성능의 제품에 붙인 ‘황당한’ 가격에서다. 다른 기업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저가를 내걸고도 ‘망하기는커녕’ 최고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자랑하게 됐다. ‘대륙의 실수’란 애칭이 붙은 건 이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확장한 공세는 보조배터리와 이어폰 등 액세서리시장을 찍고 공기청정기·정수기·스마트TV·스마트운동화 등에까지 뻗치고 있는데. 전혀 생뚱맞은 건 아니다. 이 모두를 스마트기기와 연동하는 사물인터넷 생태계 범주 안에 뒀으니.

지난해 12월 세계는 이 ‘대륙의 실수’에 11억달러(약 1조 2000억원)를 투자했다. 덕분에 샤오미는 기업가치 460억달러(약 50조 6000억원)를 끊으며 세계서 가장 몸값이 비싼 IT스타트업의 가치도 갈아치웠다. 히스토리가 더 필요할까.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지난 6월 이들의 위상을 인정해버렸다. ‘2015 세계서 가장 스마트한 50대 기업’ 중 하나라고. 1위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샤오미를 앉혔다. 참고로 구글은 12위, 애플은 16위였다.

▲“우린 구글·애플·아마존을 합한 회사”

그럼에도 처음엔 그렇게 불렸다. ‘짝퉁애플’. 그도 그럴 것이 아이폰과 비슷하게 생긴 첫 제품을 출시했다. 곧이어 청바치와 터틀넥을 입은 CEO가 나서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하는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당장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폄하의 외부 시선은 채 4년을 이어가지 못했다.

샤오미의 관건은 사용자를 ‘팬’ 혹은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운영체제를 만들고 막강한 앱스토어를 경영하며 독자적인 유통플랫폼을 갖춘 자리에 사용자를 불러들인다. 그러곤 이 완전체 안에서 이들은 외친다. “우린 짝퉁애플이 아니야. 구글·애플·아마존을 결합한 트랜스포머라고.”

▲‘샤오미제이션’의 미래는

시장의 예측을 무시하고 별별 제품을 쏟아낸다. 제품만이 아니라 금융업, 농업, 반도체산업까지 기웃거린다. 무차별한 이들의 행보에 또 하나의 별칭이 달렸으니 ‘샤오미제이션’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전부가 때가 돼 그냥 생긴 게 아니란 거다. 다시 말해 스타트업이 싹을 틔운 2010년이 이들의 원년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태동이 있었다. 2000년부터 전산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레이쥔과 리완창이 있었고, 넉넉한 창업 초기자금이 있었으며, 레이쥔이 닦아둔 비장의 철학 ‘집중과 극치, 입소문, 신속’도 있었다.

‘기업중심형 혁신은 끝났다’는 것이 샤오미의 ‘이즘’이다. 참여감은 이 지점에서 빼냈다. 기능을 재고 브랜드를 보고 체험하던 단계에서 사용자가 직·간접적으로 제품에 관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주입하지 말고 스며들게 하며’ ‘광고하지 않고 스스로 미디어가 돼’ ‘사용자가 조직을 격려케 하는’ 고도의 테크닉을 끌어낸 바탕이기도 하다. 이때 필요한 건 창의성. 쓴소리가 당연히 나왔다. 기업마다 창의를 부르짖지만 꽉막힌 피라미드 조직에서 무슨 창의가 되겠느냐는 거다.

과연 샤오미가 신화를 전설로 묻을 건지 현실로 계속 띄울 건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당장 손가락이라도 빼물고 싶은 기업들에 던지는 파장은 적지 않다. ‘참여감’. 어쨌든 제목은 좀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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