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방글라데시 학생 시위가 격화되면서 사망자 수가 최소 114명으로 집계됐다고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최근 방글라데시 정부가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 정책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정부의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20일(현지시간) 수도 다카에서 통행금지와 군 병력 배치에 따라 시민들이 방글라데시 군의 지시를 받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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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에 따르면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이날 국가 상황으로 인해 21~22일을 ‘공휴일’로 선포한다면서 모든 사무실과 기관의 폐쇄를 명령했다. 응급 서비스만 운영을 허용했다. 당국은 21일부터 예정됐던 셰이크 총리의 스페인과 브라질 순방도 취소했다. 지난 16일엔 전국 학교와 대학에 무기한 휴교령을 내렸다.
시위가 거의 1주일째 지속되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도로를 막는 등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군을 동원했다. 외출한 시민들은 수도 다카 곳곳에 위치한 검문소에서 군인들에게 신분증 검사를 받아야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시위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는 1971년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들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으로, 하시나 정부는 2018년 이를 추진하다 반대 시위로 폐지했다. 하지만 이달 초 고등법원이 이 정책에 문제가 없다며 정책 폐지는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격렬한 시위가 시작됐다. 40%에 달하는 높은 청년 실업률도 이번 시위의 원인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에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인터넷을 차단했다. 대부분 해외 전화는 연결되지 않고, 방글라데시에 기반을 둔 언론사의 웹사이트는 새로운 기사가 추가되지 않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정보과학연구소의 수석 과학자인 존 하이데만은 “인구 1억 7000만 명에 가까운 국가에서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은 2011년 이집트 혁명 이후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일 방글라데시 중부 나르싱디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교도소를 습격해 850명 이상의 수감자를 석방하고 시설에 불을 질렀다. 이날 일부 지역에서 산발적인 방화 사건이 보고됐다.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오는 8월 7일 예정됐던 심리를 앞당겨 21일 이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