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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치재개설을 일축해온 유 이시장은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가왔다. 다만 검찰의 노무현재단 계좌 열람 의혹 제기에 대한 공개사과만으로 또다시 정치무대 한가운데 올라섰다. 어쨌거나 여야를 뒤흔든 유 이사장의 정치적 파괴력과 상품성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지난 2019년 당시만 해도 이낙연 국무총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더불어 차기 빅3 구도를 유지했었다. 물론 유 이사장은 정계은퇴 및 차기 대선 불출마를 수없이 공언해왔다. 다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격언을 굳게 신봉하는 여야 정치권은 “가능성 제로는 아닐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反文진영 ‘융단폭격’ 비난…잠재적 與차기주자 견제
야권도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유 이사장의 공개사과를 맹비난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예령 대변인은 “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며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유 이사장의 태도에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회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왜 이 시점에 사과를 했는지도 의문”이라면서 “사과에 대한 이유와 근거가 없다 보니 ‘검찰 수사에 대한 정상 참작’‘대권 도전’ 등의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근거 없는 주장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한 죄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反)문재인 진영의 주요 논객들도 참전했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유시민의 사과는 내가 기억하기론 문 정권 거의 최초의 일”이라면서 “그 사과에 그간 맺혔던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풀린다”고 비꼬았다. 권경애 변호사 역시 “노무현을 욕보인 책임을 지고 자리를 내어 놓는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이른바 ‘유시민 때리기’는 여권이 차기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차기 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사전차단하기 위해 맹공에 나선 것이다.
반면 여권의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이는 ‘포스트 문재인’을 희망하는 여권 차기주자들이 여전히 2% 부족하기 때문이다. 차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017년 5월 19대 대선은 물론 2018년 6월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친문진영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바 있다. 정치적 수읽기에 능한 이 지사가 최근 친문진영에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향후 대선경선 과정에서 과거 감정의 앙금을 씻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친문진영의 강력한 정치적 양자(?)였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한때 ‘어대낙(어차피 대선후보는 이낙연)’으로 불릴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각종 악재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한때 40% 안팎을 넘나들었던 대세론은 온데간데 없고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빅3 3파전 구도에서 3위로 내려앉을 정도로 하락세가 완연하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코로나19 방역총리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차기도전이 예상된다. 대통령 빼고는 다해본 풍부한 정치적 경륜과 합리적인 이미지가 강점이지만 대중적 임팩트가 부족해 지지율이 뜨지 않은 게 단점이다.
차기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약 1년 2개월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 이사장이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정계은퇴를 번복한 뒤 차기구도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장 불출마와 차기대선 직행을 공언했던 야권의 유력 리더들이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것과 유사한 상황 전개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혐의와 관련해 2심 일부 유죄판결로 차기 레이스에서 사실상 탈락하면서 친노·친문 진영의 제3후보 찾기는 가속화됐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강원지사를 지낸 이광재 민주당 의원,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민주당 의원등도 제3후보 물망에 오르지만 경선흥행은 물론 제3후보 최적임자는 유 이사장이 종착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물론 유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노무현재단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한 ‘2020 후원회원의 날 특집방송’에 출연해 제3후보론에 본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하다”며 차기 출마설을 강력 부인했다.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정치는 생물”이라는 여의도의 오랜 격언의 성사 여부는 결국 여론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