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년 3월 대선은 불과 1년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권교체를 담보할 차기 주자가 여전히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전 대표가 지난 총선 참패로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는 주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차기 대권구도는 말그대로 진퇴양난이다. 내부적으로 보면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다만 ‘풍요 속 빈곤’이라는 역설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복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황교안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5% 안팎의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하면서 저격수로 변신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연대 또는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비토를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권의 인물난은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달 29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9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낙연 대표(22.5%)와 이재명 지사(21.4%)의 양강구도가 뚜렷한 가운데 3위는 윤석열 검찰총장(10.5%)이었다. 이어 홍준표 전 대표(7.2%) 안철수 대표(6.5%) 오세훈 전 시장(4.0%)황교안 전 대표(3.6%), 원희룡 제주지사 3.0%로 각각 나타났다. 셀프등판설이 종종 제기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1.2%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 윤 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셀프 등판론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김종인 위원장은 대권도전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는 어불성설이라며 강하게 손사래를 쳐왔다. 국민의힘 주변에서는 김 위원장의 차기 도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변수는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다.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국민의힘이 싹쓸이할 경우 김종인 비대위 체제 연장론이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안부재론 속에서 차기 대권을 둘러싼 인물난이 지속된다면 김 위원장의 셀프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질 수 있다. 다만 서울시장 보선에서 패배한다면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보수야권의 차기구도는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