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오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3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등 약자에게 괴롭힘이 집중되는 만큼 취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직장갑질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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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3일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3년 직장인 1000명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9.6%는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 경험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후인 2019년 9월(44.5%)에 비하면 14.9%포인트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 감염 폭증 시기(2022년 3월, 23.5%)에 비하면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재차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직장 내 갑질 경험은 약자일수록 집중됐다. 남성(26.8%)보다는 여성(33.3%)의 갑질 경험 비율이 높았으며, 정규직(24.7%)보다 비정규직(37%)이 높았다. 또 월 급여 500만원 이상(19.3%)보다 저임금(150만원미만 28.9%, 150~300만원미만 35.7%)노동자들은 갑질을 경험하는 비율 역시 높았다.
괴롭힘과 갑질의 수준 역시 약자에게 가혹했다. 지난 1년 간 괴롭힘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296명)에게 그 심각성을 물어보자, ‘삼각하다’는 응답이 39.5%에 달했다. 이렇게 심각한 갑질 경험자를 특성별로 보면 비정규직(45.3%)이 정규직(33.8%)보다 높았으며, 월 150만원 미만 저임금(45.5%) 노동자가 월 500만원 이상(21.4%)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의무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조윤희 직장갑질 119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에 대한 효과가 있다는 응답이 69.5%에 달했던 만큼 교육을 의무화할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과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 일터 내 약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 시행령만 개정하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적용하지 않았다. 직장갑질119는 “윤석열 정부가 즉시 시행령을 개정해 5인 미만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