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금통위원 "韓 경제 기초체력 낮아져…금리인하 '만병통치약' 아냐"

이수형 금통위원, 여성 중앙은행 총재·금통위원 회의 참석
"전반적 변동성 커지고, 정책 결정 어려움도 늘어"
"韓 경제 7080 '젊은이' 시절 아냐…금리 즉각 반응 어려워"
"가계부채, 집값 등 여러 요소 고려해 금리 결정돼야"
  • 등록 2024-10-29 오전 6:00:00

    수정 2024-10-29 오전 6:00:00

[워싱턴 D.C=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임명된 이수형 위원이 “최근 한국 경제의 반응 속도와 체력은 금리를 낮춘다고 내수가 즉각 반등할 만큼 ‘젊은이’의 수준이 아니다”라며 “내수뿐만이 아닌 가계부채, 집값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경제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앞줄 왼쪽에서 세번째) 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 및 금통위원 모임에 참석했다. (사진=한국은행)
이수형 금통위원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 정책 결정이 코로나19 이전 일반적인 상황과 많이 달라지고, 경제 전반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내수 하나만 고민하긴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은 선진국 여성 중앙은행 총재·금통위원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미셸 보우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시그네 크록스트루프 덴마크 중앙은행 총재 등 주요 선진국들의 여성 인사들이 모임에 참석했으며, 이 위원의 참석은 한국인 중에서 처음이다. 이 위원은 “최근 결정 정책 과정에서 변동성은 선진국 모두의 고민이며, 이들의 견해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최근 내수는 물론 경제 전반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정책 결정에 여러 요인을 고민해야 한다고 봤다. 이 위원은 “이번 모임에서 한국 외 다른 선진국에서도 통화정책처럼 중장기적으로 영향이 큰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같은 경제 상황 내에서도 면면이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복잡함을 보여주는 한 예시로 그는 자영업을 들었다. 이 위원은 “내수 위축과 관련,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거론됐지만 특정한 식당은 여전히 장사가 잘 되는데 동시에 어떤 분들은 폐업을 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다양한 모습을 적시에 잡아내야 하는데, 현재 데이터는 대부분 정산자료 등에 기초하고 있어 후행적이기 때문에 변동성을 잡아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한국 경제의 모습 자체가 금리에 재빠르게 반응할 시기가 지났다고도 판단했다. 이 위원은 “1970~80년대 고성장 시기 이후 지금은 예전과 같은 경제 활력과 에너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인 통화 정책이 얼만큼 (내수에)활력을 낼 지 과거처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및 사회 전반의 체력 확보가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저출생·고령화, 가계부채 등 전체적인 체력 증진을 위한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10월 금리인하 결정 역시 내수 이상의 고민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올랐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었지만, 이를 정상화한다는 과정에서 금리인하의 시기 및 속도가 결정돼야 한다”며 “이외에도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등 다양한 요인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한은은 그 어느 국책연구원, 정부 및 기관보다 가계부채, 주택시장 등에 대해 가장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제기하는 곳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한은 실기론’에도 반박했다. 그는 “김연아 선수가 은메달을 땄다고 해서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한은 역시 경제 전반의 건전성이나 체력을 고려해 최선의 방식을 택한 것이며 통화 정책이란 자영업 등 하나의 부분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이 위원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의 경우 일시적 요인이 일부 작용한 만큼 11월 금통위는 물론 향후 통화정책 역시 일시적 요인과 중장기적 요인 등 다양한 부분을 모두 고려해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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