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에 떠나는 CEO들…트럼프 “자문단 해체”

이틀새 7명 탈퇴하자 "기업인에게 압박 주느니 끝낼 것"
  • 등록 2017-08-17 오전 8:10:08

    수정 2017-08-17 오전 8:10:08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또다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실망한 최고경영자(CEO)들이 현 정권 자문단을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예 2개 자문단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오후 1시께(현지시간) 트위터에 “제조업 자문위원단(AMC)과 전략정책포럼(SPF) 기업인들에게 압박을 주느니 둘 다 끝내겠다. 모두 고맙다.”는 멘션을 남겼다.

이를 촉발한 건 백인우월주의 유혈 시위다. 지난 주말 미국 버지니아 주(州) 샬러츠빌에선 미 남북전쟁 당시 남부(노예 해방 반대)의 장군 동상 해체에 반발한 KKK단·나치당 추종 백인우월주의 단체 시위와 이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이 가운데 한 백인우월주의자가 맞불 시위대로 차를 돌진해 한 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쳐 파장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양쪽 모두의 잘못”이라며 사실상 인종차별주의 단체를 옹호하며 강력한 반발을 샀다.

기업 자문단도 연쇄 탈퇴했다. 하루 전인 15일(현지시간)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을 시작으로 인텔의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CEO,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CEO, 전미제조업연맹(AAM) 스콧 폴 회장, 미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리처드 트럼카 회장이 AMC에서 탈퇴했다.

이날 오전에도 식품회사 캠벨 수프 데니스 모리슨 CEO, 화학기업 3M 잉거 툴린 CEO가 탈퇴 행렬에 동참하며 총 탈퇴자가 7명으로 늘었다.

블랙스톤그룹의 스티븐 슈워츠먼 CEO가 이끄는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단 SPF의 CEO들도 트럼프의 발언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고 로이터통신이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슈워츠먼 CEO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산 트윗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에 반발해 SPF를 탈퇴했으나 이 정도의 연쇄적 탈퇴는 아니었다.

이날 오전 탈퇴키로 한 모리슨 CEO는 “인종주의와 살인은 절대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일”이라며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다른 어떤 일도 도덕적으로 이보다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양쪽 모두의 잘못’이라는 발언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미 증권가(월가)에서는 기업인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과 현직 경영인들의 엇박자가 증시나 현 경기, 경제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리 콘 경제수석보좌관이나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의 사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여당인 공화당 주요 의원과 미국의 동맹 영국도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등을 돌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마비되고 그 역시 고립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는 하루 전인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제조업 위원회를 떠난 모든 CEO들, 그들을 대체할 사람은 많다. 그랜드스탠더(특별관람석 관객)는 자리를 떠나면 안됐다. 일자리(JOBS!)”라고 호언장담했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올 2월 케네스 프레이저(오른쪽) 머크 회장을 비롯한 제조업 자문위원단(ACM) 소속 경영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프레이저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종차별 논란에 가장 먼저 자문단에서 탈퇴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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