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은행 고객지원팀의 콜센터 상담사로 일하는 A씨는 이달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재유행, 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이 줄어 업무 역시 감소했다. 이에 회사는 A씨에게 단축근무를 요구하고, 근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 삭감에 동의하라는 서명을 강요했고, 미동의 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고 있는 2분기,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위험과 급여 감소 등 여파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등 노동시장 내 약자들에게 더욱 매서웠다. 이들은 고용보험 제도로도 보호받기 어려운 만큼 ‘재난실업수당’ 등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 (사진=직장갑질 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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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3일 발표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2분기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2020년 1월 코로나19 첫 발생 이후 실직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15.4%였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경우 29.5%로 정규직(6.0%)보다 5배 높아 비정규직일수록 코로나19의 영향이 가혹했음이 확인됐다.
소득 감소 여파도 비정규직을 포함, 일터의 약자들에게 더욱 컸다.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 비율은 28.4%인데, 비정규직은 50.5%로 정규직(13.7%)보다 4배나 높았다. 소득 감소를 경험한 이들 역시 월 150만원 미만(50.9%)과 5인 미만 사업장(40.5%) 등 저소득, 소규모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집중됐다.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비정규직은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다. 1번이라도 코로나19에 걸렸던 35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기간 휴가 여부를 묻자 유급 휴가를 쓰거나, 쉴 수 있었다고 응답한 정규직은 45%로, 비정규직(19.3%)에 비해 3배나 높았다. 반대로 무급 휴가를 쓴 비율은 비정규직이 37.4%로 정규직(11.7%)보다 3배 높았다. 비정규직의 경우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 (사진=직장갑질 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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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우울감 등을 느끼는 정신적 어려움 역시 비정규직에게 더 심했다. ‘지난 2주간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정규직(40.7%)보다 비정규직(54.7%)이 더 많이 ‘그렇다’는 답변을 했다. 수면장애 경험 역시 정규직(51.8%)보다 비정규직이(62.2%),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경험도(정규직 14.0%, 비정규직 28.0%) 비정규직이 더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코로나19 등 위기가 닥쳐도 노동 시장 내 비정규직 등 약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기업, 공공기관, 정규직 등은 유급 휴가 등으로 보상이 가능했지만, 특수고용과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은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직, 소득 감소 등 위험은 고용보험 밖의 약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라며 “정부가 최저임금의 70%를 6개월간 지급하는 재난실업수당 등을 신설,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