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12·3 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사전 모의 정황을 밝혀내는 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군 수뇌부 계엄 계획의 ‘키맨’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사용하던 수첩을 확보하면서 이에 대한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앞두고 노상원 전 정보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안산의 한 햄버거집에서 만나 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사진= 뉴스1) |
|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노 전 사령관의 거주지인 경기 안산시의 ‘점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첩 등을 확보해 이를 분석하고 있다. 해당 수첩에는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군 병력을 어떻게 이동할지 등 계획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목표 장소와 어떤 부대가 움직일지 등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최측근이자 이른바 ‘햄버거 회동’의 주축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 1일 문상호 정보사령관 및 참모와 안산의 롯데리아 매장에서 만나 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사 병력이 계엄 선포 2분 뒤인 오후 10시 31분 선관위에 도착해 전산 시스템 사진을 촬영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사전 모의가 없었다면 사싱상 불가능한 정황이라고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아울러 계엄 당일인 3일에도 노 전 사령관은 같은 롯데리아 매장에서 전현직 군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본부장과 국방부 조사본부 차장 김모 대령 등 전현직 국방부 조사본부 장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 전 사령관과 문 사령관, 김모 대령 등 주요 인물들은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사를 받고 있다.
현재 경찰 등 수사기관의 칼 끝이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데 노 전 사령관의 ‘수첩’ 등 증거와 관계자들의 진술로 이번 계엄이 주도면밀하게 준비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게 된다면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공수처 비상계엄 TF(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문 사령관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일 구속한 후 이틀 만이다. 그는 계엄 선포 당시 국회의원 체포조로 북파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 정보사특수임무대(HID)를 동원하고 선관위에 요원을 보낸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소환 조사에서는 ‘햄버거 회동’에서의 논의 내용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