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7일 오전 7시쯤, 입실 완료인 8시 10분까지는 1시간 넘게 남아 있지만 수험장인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 앞에 일찍 도착한 한 수험생은 “화이팅”이라고 외치는 어머니에게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힘차게 답했다. 코로나19로 북과 꽹과리, 단체 응원 등이 사라져 3년째 조용한 분위기 속 고사장에는 조용한 마음으로 응원을 전달하기 위한 이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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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치는 학생들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하던 대로 하겠다’,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서초동 인근 고등학교 3학년생인 공모군과 장모군은 “이제 코로나가 끝나서 해외 여행도 갈 수 있지 않냐”며 “그동안 모았던 용돈으로 수능이 끝나면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역삼동에서 온 김모군은 “하던 대로 열심히 보면 된다고, 할머니도 손자 힘내라고 같이 와주셨는데 감사하다”고 했다.
수험생 아들을 데려다주고 나온 주부 A(51)씨는 “정작 아들들은 무심해서 별 걱정 안 한다, 엄마인 내가 더 떨린다”며 “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고생했던 걸 떠올리면 엄마 고생은 별 거 아니다 싶다”고 웃었다. 손자를 바래다주러 온 할머니 조옥자씨는 “아들 내외가 외국에 나가 있어서 중학교 때부터 내가 손자를 뒷바라지했다”며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로나19 이후 교문 앞에서의 단체 응원 등이 금지되면서 올해 수능 역시 3년째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수능 대박’, ‘곽XXX 화이팅’ 등 응원의 메시지를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친구와 함께 온 인근 중학교 1학년생인 노모양은 “수능 분위기를 구경하고 싶은데 빈손으로 오면 안될 것 같아서 플래카드를 만들어왔다”며 “5년 후면 나도 수험생이 될텐데 미래의 내 모습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능 고사장을 착각한 학생도 있었다. 오전 8시가 넘어 학교에 도착한 한 학생은 교문에서 “반포고등학교가 아닌 개포고등학교로 가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현장에 대기 중이던 경찰 2명은 학생을 경찰차에 태우고 떠났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수능에 응시원서를 접수한 수험생은 50만8030명이다. 경찰은 시험 경비와 안전 관리를 위해 경력 1만506명을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