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억새 물결과 '작은 백록담'을 만나다…강원도 영월·정선에서 힐링을 [여행]

MZ세대 필수 코스로 떠오른 민둥산
억새 바다에서 상쾌함과 축제까지
치유를 위해 만든 공간 하이힐링원
하이원리조트서 웰니스 프로그램도
  • 등록 2023-10-06 오전 9:16:55

    수정 2023-10-13 오전 5:33:34

민둥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움푹 패인 돌리네의 모습. 한라산 백록담을 닮았다. (사진=김명상 기자)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여행을 다녀온 후 더 피곤하다며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하나라도 더 보려고 움직이고, 일정에 쫓겨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대체 뭘 했는지 기억에 남지 않기도 한다. 분주함을 내려놓고 기운을 충전하며 마음을 보듬는 시간이 필요한 때다. 강원도 정선과 영월에는 자칫 울적해질 수 있는 가을을 달래줄 힐링 명소가 있다. 쉬엄쉬엄 걸으며 자연을 만나고, 색다른 배움을 통해 흥미를 일깨우고, 숙소에서 편히 쉬며 지친 몸에 휴식을 주는 여행을 통해 생생한 에너지를 채우며 산뜻한 가을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SNS의 성지로 떠오른 민둥산

은빛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민둥산 정상 주변 풍경


최근 젊은 등산객들에게 필수 방문지로 떠오른 곳 중 하나가 민둥산이다. 강원도의 작은 백록담으로도 불리는 ‘구덕’이 SNS에서 주목받으면서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덕은 구멍이라는 뜻으로 영어로는 돌리네(doline)라고 한다. 돌리네는 석회암이 빗물에 서서히 녹아내리면서 접시처럼 오목하게 패인 지형을 말한다. 반구형으로 움푹 파인 웅덩이는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기묘한 인상을 주면서도 미학적으로 아름다워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로 붐빈다.

민둥산에는 여러 개의 구덕이 있다. 산 중턱에 있는 ‘발구덕’이라는 마을은 8개의 돌리네를 뜻하는 ‘팔구덕’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민둥산 정상(1119m)에서는 8부 능선쯤에 자리한 돌리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물이 고인 웅덩이와 함몰된 지형을 보면 한라산 백록담을 쏙 빼닮았음을 알 수 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담는 젊은이들도 여럿이다.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경관으로 최근 젊은이들의 인기 방문지로 떠오른 민둥산 돌리네
원래 민둥산은 억새로 유명한 곳이다. 과거 모두가 굶주리던 시절, 민둥산 산 중턱에 살던 주민들은 산에 불을 놓는 화전경작으로 삶을 이어갔다. 민둥산에 불을 지르면 이듬해 봄에는 불태운 초목의 재가 거름이 되어 산나물을 잘 자라게 했다. 그러나 화전경작이 금지되면서 주민들이 떠났고, 황폐한 땅에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억새가 군락을 이뤘다. 이렇게 번성한 억새는 이제 민둥산의 주인이 됐다. 8부 능선에서 산 정상까지 66만여㎡에 이르는 땅은 억새로 가득하다. 현장에서 만난 전제민 민둥산 은빛 억새 축제위원장은 “억새는 색이 4번 변하는데 8~9월에는 보라색이 되고, 10월부터는 은색으로 장관을 이룬다”고 말했다. 해마다 가을이면 민둥산은 억새 바다를 보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축제도 열린다. 28회를 맞이하는 올해 민둥산 은빛 억새 축제는 11월 5일까지 이어진다.

억새를 보기 위해서는 힘든 길을 올라가야 한다.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하는 1코스를 선택하면 왕복에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7부 능선 이후부터는 돌리네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물결치는 억새 구경을 하면서 오를 수 있어서 생각보다 정상까지 금방 닿는다.

은빛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민둥산 정상 주변 풍경
정상에 서면 땀 흘려 올라온 보람이 피부로 느껴진다. 탁 트인 주변 전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등산의 피곤함은 어느덧 사라져 버렸다. 정상에서 마주한 억새의 물결은 가슴을 울리는 감동마저 전해준다. 주변이 억새들로 하얗게 빛나지만 군락지 아래는 아직 여름의 흔적이 남은 짙은 녹색이 채우고 있다. 그 대비 때문인지 마치 초록빛 바다 위에 떠 있는 은빛 섬에 올라온 것 같은 몽환적인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치유를 위한 집중 공간…영월 ‘하이힐링원’

하이힐링원 내부 계단길
힐링도 좋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지루하다면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프로그램을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다. 영월에 자리한 하이힐링원은 강원랜드 산하의 사회공헌재단으로 올해 한국관광공사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된 시설이다. 청정 산림자원을 활용한 힐링을 비롯해 행위중독 예방과 심신안정을 위한 교육원으로 산림교육과 인문학적 요소 등을 통합한 서비스를 만날 수 있다. 프로그램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은 편으로 방문객 평점이 5점 만점에 4.6점이 나올 정도다.

2019년 11월에 개관하자마자 코로나 사태를 맞이했다. 지리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 있음에도 한 해 평균 3만8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을 만큼 입소문을 탔고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술치유실 등이 있는 하이힐링원 자작원
19만㎡ 크기의 넓은 땅에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및 숙식이 가능한 본관을 비롯해 자작원, 산수원, 별빛마루, 단풍원, 어울림 숲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깊은 산속에 자리한 곳에서 산림욕을 하고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삶의 변화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이힐링원 관계자는 “다른 리조트들은 서비스의 하나로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이곳은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일상의 환기를 통해 다시 직장이나 삶으로 돌아갔을 때 견뎌내고 또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힐링원의 힐링 프로그램 ‘우드버닝’
마련된 웰니스 프로그램 종류는 크게 행위중독 개선, 숲 체험 활동을 하는 산림교육, 면역력 강화를 돕는 산림치유, 심신의 안정을 꾀하는 힐링 등으로 나뉜다. 힐링 프로그램 중에서는 ‘우드버닝’의 인기가 높다. 나무 도마를 인두로 지지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펜이 아닌 인두로 그림을 그리는 체험은 낯설고 긴장감마저 준다. 하지만 어느 새 떠들썩한 소음은 사라지고 오롯이 그림에만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우드버닝 강사는 “조용히 앉아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동안 마음 안정과 몰입을 통한 명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예약은 여행사를 통해서만 가능하지만 하이힐링원 측은 방문객이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예약과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가을 맞아 하늘길 걷고, 나만의 향수 만들고

하이원 그랜드호텔 전경
정선의 하이원리조트는 한 곳에서 다양한 체험과 휴식을 겸하고 싶을 때 가볼 만한 곳이다. 스키장, 골프장, 카지노, 워터파크, 숙박시설을 갖춘 대규모 복합 리조트로 다양한 취향을 가진 여행객이 동시에 방문해도 각자 취향에 맞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나고 싶다면 하이원리조트 주변의 하늘길을 추천할 만하다. 예전에 탄광산업이 활황이던 시절, 석탄을 함백역까지 운반하던 길인 운탄고도와 백운산 등산로 등을 이어 만든 길이다. 해발 1100m가 넘는 고산지대에 사는 식생을 벗 삼아 느긋하게 거닐 수 있고, 낙엽이 쌓이는 가을이면 청정한 공기를 가득 머금은 힐링 코스로 바뀐다.

웰니스센터로 연결되는 달팽이숲길
하이원그랜드호텔 건너편에는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웰니스센터가 마련돼 있다. 총연장 1.3㎞의 완만한 산책로인 달팽이 숲길을 오르면 나타나는 건물에 있다. 올해 5월 개관한 이곳은 삶의 질을 높여주는 숲 걷기 명상, 긴장 완화 요가, 조향 클래스, 티 클래스, 별빛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두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하이원 웰니스센터 입구 조형물
이중 조향 클래스는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는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20가지 이상의 다양한 향료 중 원하는 향 세 가지를 고른 뒤 적절히 배합하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향수가 완성된다. 모두가 아닌 자신만의 취향을 반영한 향을 통해 차별화된 자신의 감성을 일깨우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10월에는 매주 화·목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운영되며, 클래스 오픈 기념으로 정가에서 5000원이 할인된 1만5000원에 체험할 수 있다.

웰니스센터의 조향 클래스 향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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