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유기견 ‘경태’를 택배 차량에 태우고 다니며 얻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6억원 가량의 후원금을 가로챈 전직 택배기사와 그의 여자친구가 항소심에서 피해자들과 합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공모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해 검찰 측은 기부 피해자 중 1명을 증인으로 신청해 공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 (사진=‘경태아부지’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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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동부지법 1-3형사항소부(재판장 소병석)는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직 택배기사 A(34)씨와 여자친구 B(39)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어 심리를 진행했다.
A씨 측은 양형 부당과 일부 범행 사실을 부인해 항소장을 제출했고, B씨 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에 검찰 역시 항소하며 쌍방 항소가 이뤄졌다. 이들은 이날 모두 “피해자들에게 변제할 생각이 있어 관련해서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일 속행을 요청했다. 다만 A씨는 사기 범행 중 일부에 대해서는 자금 이체에만 관여했고, B씨와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검찰은 B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음을 지적하며 추가 증인 심문을 요청했다. 검찰은 “자신이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B씨의 1심 당시 주장은 진술 신빙성이 의심되기 때문에 재차 증인 심문을 요청한다”며 “여기에 기부 피해자 중 한명인 C씨를 추가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1월 1심 당시 각각 징역 2년,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피해자들에게 약 460만원을 배상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선량한 마음을 악용, 경제적 이익을 취해 범행 수법이 불량하고 다수의 피해자를 낳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주범으로 지목돼 구속 상태였던 B씨가 임신중절수술을 사유로 한 차례 도주를 시도했던 것에 대해서도 “인도적 차원의 결정을 악용했으며, 책임을 A씨에게만 미루며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심 공판 당시 A씨와 B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서로 자신이 주범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1심 판결 이후 재판부에 따르면 일부 피해자들은 이들에 대한 엄벌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0년 유기견 ‘경태’를 택배 차량에 태우고 다니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경태아부지’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유기견 ‘태희’를 추가로 입양하고 B씨와 함께 지난해 3월 인스타그램에 “일을 할 수 없는데 강아지들이 아프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1만명이 넘는 피해자로부터 6억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모았다. 그 후 이들은 후원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고, 대부분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다음 공판은 오는 4월 18일에 진행된다. 해당 공판일에는 B씨에 대한 증인 심문과 더불어 C씨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