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3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직장 내 괴롭힘은 재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등 약자에게 괴롭힘이 집중되고, 5인 미만 사업장 등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취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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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3일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3년 직장인 1000명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9.6%는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을 시행한 지 3년이 됐지만 여전히 한국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일터에서 ‘갑질’을 경험한 셈이다.
괴롭힘 경험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후인 2019년 9월(44.5%)에 비하면 14.9%포인트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 감염 폭증 시기(2022년 3월, 23.5%)에 비하면 거리두기 해제 이후 늘었다.
괴롭힘과 갑질의 수준 역시 약자에게 더욱 가혹했다. 지난 1년 간 괴롭힘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296명)에게 그 심각성을 물어보자, ‘심각하다’는 응답이 39.5%에 달했다. 이렇게 심각한 갑질 경험자를 특성별로 보면 비정규직(45.3%)이 정규직(33.8%)보다 높았으며, 월 150만원 미만 저임금(45.5%) 노동자가 월 500만원 이상(21.4%)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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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에 더욱 시달리기 쉬운 이들일수록 괴롭힘 금지법 등에 대한 정보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기도 했다. 이번 설문에서 법 시행에 대해 알고 있는지 여부를 묻자 ‘알고 있다’는 응답은 71.9%로 10명 중 7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여성(69.1%), 20대(61.6%), 생산직(63.8%) 등뿐만이 아니라 비정규직(60.3%),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56.5%) 등은 모두 ‘알고 있다’는 응답률이 평균보다 낮았다.
아울러 ‘사각지대’로 존재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현실 역시 해결할 문제로 제시됐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최소 350만명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 사용자 친인척 등이 주로 가해자이며, 제대로 된 구제 역시 어렵다.
실제로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인 경우가 33.3%, ‘사용자의 친인척’이 10.3%에 달했다. 즉 절반에 가까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위로부터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단 얘기다. 그럼에도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과태료 부과와 퇴사 후 실업급여 수급 등이 어렵다.
전은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 경험과 그 심각성이 높은 만큼 반드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돼야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직장갑질119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들의 인권이 무시됐던 만큼 윤석열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 5인 미만 일터 노동자들 역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