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알바인줄"…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 잡히면 '이게' 관건

''고수익 보장''으로 유혹, 현금 전달책 활동
보이스피싱 피의자 중 60% 이상 ''2030''
"범죄인지 인지했는가" 양형 요소로 판단
경찰 "고액 알바, 의심하고 신고해야"
  • 등록 2022-05-05 오후 7:36:17

    수정 2022-05-05 오후 7:36:17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강동구 강동농협 자동화기기(ATM) 앞에 돈다발을 든 20대 남성 A씨가 섰다. 그는 피해자를 속여 뺏은 현금 1400여만원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에 송금하려던 중에 경찰에 붙잡혔다. 사기 등 혐의로 검거된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9일 동안 수거책으로 활동하면서 다수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고액 아르바이트(알바)’ 등을 미끼로 청년들을 꾀어 현금 전달책으로 쓰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속에서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청년들을 가담시키지만, 실제론 현금 전달책도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엮여 검거되고 처벌되는 만큼 특히 주의해야 한다.

A씨와 같은 현금 전달책은 ‘고액 알바’ 등으로 모집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뿐만이 아니라 일반 아르바이트 소개 사이트 등에도 ‘고액 알바’, ‘비대면 채용’, ‘고수익 보장’ 등의 문구로 청년들을 현혹하고 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검거된 보이스피싱 피의자는 총 2만2045명에 달했다. 이들 중 20대 이하는 9149명, 30대는 4711명 등 총 1만3860명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피의자 중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일당의 현금 전달책 노릇을 한 이들에 대한 처벌은 어떨까. 판례를 들여다보면 ‘자신의 행동이 범죄에 기여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주된 양형의 요소가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달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으로 활동했던 20대들에게 한쪽에는 ‘무죄’, 다른 한쪽에는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각 재판부는 이들이 현금 전달책으로 활동하면서 고수익임을 인식하고, 통상적인 채용 절차와 업무 등이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동부지법 형사4단독 이광영 판사는 지난달 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친구 사이인 정모(21), 김모(21)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와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 전달책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아직 나이가 어려 별다른 사회경험이 없고, 자신들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에 기여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같은 날 동부지법 형사12단독 신성철 판사는 같은 혐의를 받는 장모(22)씨에게 1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장씨는 인터넷 알바 공고를 보고 법률사무소에 취업한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채용은 사업장 방문이나 면접 등이 없이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또한 현금을 주고받는 등의 업무 역시 법률사무소의 일반적인 업무가 아니었던 만큼 재판부는 장씨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봤다.

경찰은 ‘고수익 알바’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길 당부한다. 무엇보다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계좌번호와 현금 등을 요구하는 것, 대출을 빌미로 신용 높여주겠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각종 돈을 요구하는 것 등은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현금으로 대출금과 거래처 대금 등 다루게 한다면 피싱을 의심해야 한다”며 “경찰청과 고용노동부 등에 즉시 신고하고,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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