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직장인 민모(28)씨는 지난달 22일 여름휴가로 코타키나발루를 다녀오고 난 이후 심한 인후통, 발열 등을 겪었다.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시행한 코로나19 검사에선 ‘음성’이 나왔고, 이미 지난 1월 코로나19 감염 전력이 있어 걱정하지 않았지만 25일 다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민씨는 “3년 만에 해외 다녀왔는데 재감염될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자 전용 코로나 검사센터 앞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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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을 준비하던 이들이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휴가를 끌어다 현지에서 격리 기간을 버텨야 하는 등의 경험담이 공유돼서다. 방역당국은 최근 늘어난 해외유입에 맞춰 검사 등 방역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해외 유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개월여만에 다시 10만명대를 기록한 지난 27일 기준 해외 유입 사례 역시 53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첫 국내 확진자 발생 이후 최다 규모다. 28일에도 해외에서 유입된 확진자는 425명에 달했다.
이에 계획했던 해외여행을 취소하거나 고민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8월 초 태국행을 준비한 김모(30)씨는 10만원가량 수수료를 내고 왕복 항공권을 취소했다. 김씨는 “오랜만의 국외 여행이라 4월부터 준비를 했다”면서도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걸리는 경우도 많은데 해외에서 휴가를 더 써가면서 머무는 등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냥 취소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70대 어머니와 8월 말 프랑스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직장인 A씨도 “어머니가 뉴스를 보더니 여행을 미루자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해외여행 정보 등을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 등에서도 고민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확진이 되니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금전적 부담까지 커진다”고 토로하거나 “현지에서 걸리면 답이 없으니 알아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매일 자가진단을 하라”, “여행자보험을 필수로 들어라” 등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여름 휴가철까지 맞으며 여행 수요는 커진 상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국제선 여객 수는 127만9029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 달간의 여객 수는 지난달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달 24만명 수준에서 5배가량 늘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개인 자유여행 등은 취소할 수 있어도 단체·패키지 등은 밀린 수요가 많아 ‘취소 러시’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신종 변이의 유행, 최근 늘어난 해외 유입 사례 등을 고려해 정부는 해외 입·출국자를 대상 조치를 강화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25일부터 입국 1일차에 PCR 검사를 의무화하고,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 대기를 권고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은 “30만명 이상 확진자에도 대비 가능하도록 추가 병상을 확보하겠다”며 “8월 말부터 휴가 복귀자에 대해 공직 사회가 선제적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등 ‘일상 방역 생활화’에 중점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