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일주일, 정부가 지정한 ‘국가애도기간’은 5일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시민들은 우울과 불안 등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참사가 벌어졌고, 그 현장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과없이 광범위하게 퍼진 영향이다. 정부는 시민들의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국가애도기간 이후에도 심리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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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9시 기준 이태원 참사로 사망자 156명을 포함해 총 35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은 내국인 희생자 130명 중 마지막 희생자에 대한 장례 절차가 마무리됐다. 공식애도기간 종료와 함께 서울 녹사평역광장 등을 제외한 합동분향소는 철거됐다.
직장인 A(31)씨는 아직도 사고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했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그는 사고 당일 밤새 이어지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실시간 뉴스를 보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친구들이 무사했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내 친구도, 나도 그 자리에 있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아직도 자주 든다고 했다. A씨는 “의식적으로 SNS 접속을 줄이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일상적인 대화와 가벼운 농담을 나눈다”며 “현실과 멀어지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만 아예 멀어질 순 없으니 당분간은 완전히 잊어버리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추모를 위해 분향소 등을 방문했던 이들도 비슷하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추모공간인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전날 찾은 박모(29)씨는 “헌화를 하고 추모 공간에 갔는데 붙어 있는 포스트잇이랑 메시지들 중 젊은 사람들 글씨가 눈에 많이 띄더라”며 “10대 때는 세월호를 겪었던 이들이 20대 때는 이태원을 겪게 됐다, ‘나라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SNS, 뉴스 등에서 반복되는 이태원 참사 관련 소식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계속해서 보고 읽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뉴욕타임스(NYT) 등은 ‘암울함’을 의미하는 ‘둠(doom)’과 화면을 아래로 내리는 ‘스크롤링(Scrolling)’의 합성어인 ‘둠스크롤링’을 이와 같은 행동을 일컫는 신조어로 소개한 바 있다. 직장인 이모(27)씨는 “지난주 내내 출근해서 집중이 안 될 때면 뉴스만 봤다”며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불안한 마음에도 멈출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직접적으로 사고와 연관되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도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이 많다고 보고 대응할 방침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정부와 각종 기관에서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포함해 재난 심리지원 상담소, 마음안심버스 등 다양한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들이 유가족과 부상자를 대상으로 제공한 심리 지원은 현재까지 1979건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는 계속해서 유가족과 부상자뿐만이 아니라 목격자를 포함해 전국민 트라우마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전날부터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문자들은 스트레스 자가진단, 심호흡과 복식호흡 등 안정화 기법에 관한 정보를 얻거나, 필요 시 상담을 받고 의료기관에 연결될 수 있다.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애도기간은 끝났지만 유가족, 부상자를 끝까지 지원하고 생활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여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