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일본 패전일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전국전몰자 추도식’에서 과거 아시아 국가 침략에 대한 언급이나 반성 없이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지난해 발언을 되풀이했다. 기시다 총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공물을 봉납하는 등 올해 총리로서 맞는 마지막 패전일에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3년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일본 2차 세계대전 항복 79주년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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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추도식 식사에서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이 결연한 맹세를 세대를 넘어 계승하고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에 두고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 해결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취임 이후 3년간 이 행사에 참석하면서 일본의 가해 사실이나 반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총리직을 끝내게 됐다. 그는 내달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해 이번 추도식이 총리로서 참석하는 마지막 행사다.
이날 나루히토 일왕은 기념사에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반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화에 쓰러진 사람들에 대해 온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추모의 뜻을 표하고 세계 평화와 일본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야스쿠니신사에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공물도 봉납했다. 그는 취임 후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해 직접 참배하는 대신 공물 봉납을 해오고 있다. 다만 주요 각료와 정치인들은 신사 참배를 이어갔다. 기시다 총리를 대신해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과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등이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직접 참배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 등은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인물이다.
신도 장관은 신사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나라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 분들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본 초당파 의원연맹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70여명의 의원도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일본 우익의 성지로 불린다. 도조 히데키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근대 100여 년 동안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안치됐다. 태평양 전쟁에 강제로 동원됐던 한국인 2만여명도 합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중국에선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 비판이 이어졌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일본 관리들의 참배와 봉밥은 항상 비판을 받아왔으며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각국 국민 정서에 상처를 입혀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스쿠니 신사를 “잔혹한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