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하면서 경찰국 신설 문제는 정국 이슈로 부상했다.
|
“까불면 죽는다? 나도 대기발령하라”…반발 격화
24일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엔 경찰 지휘부를 성토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전날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며 사상 초유로 열린 전국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윤희근 대행이 대기발령한 데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아울러 회의에 참석한 총경급 경찰관 50여명에도 ‘해산 지시 불이행’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 위반이라며 감찰하겠다는 지휘부 방침에 “(참석했으니) 저도 대기발령시켜달라” 식의 반발글이 이어졌다.
전국 총경 회의엔 온·오프라인으로 총경 190명이 참석했고, 회의 취지에 동의해 회의장에 무궁화꽃을 보낸 인원까지 포함하면 총경 357명이 참여 의사를 보였다. 전국 총경계급 650여명의 절반이 넘는다.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된 류 총경도 공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경찰국이 신설되면 어떻게 되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계기”라며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쥐었을 때 ‘까불면 죽는다’는 걸 시범 보인 것”이라고 했다.
안팎 공격받는 윤희근…여야는 ‘文충견’ vs ‘尹충견’ 충돌
이런 가운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안팎의 공격을 받고 있다. 류 총경에 한 말을 바꾼데다, 반발을 잠재우려 ‘인사’를 무기로 쓴 점 등은 독립성 없이 ‘윗선’ 눈치를 보고 지시를 따른 것이란 게 공격의 요지다.
류 총경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25일 만나 전국 총경 회의 결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지난 22일에 류 총경에 제안했다. 하지만 23일 회의 직후 류 총경을 전격 대기발령했고, 25일 만남도 취소 통보했다.
이에 경찰 내부망엔 “국민과 조직원들을 외면한 채 장관과 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장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며 “경찰조직 전체를 통솔할 리더십에 이미 큰 흠결이 생겼다”고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여야도 강대강 대치 지속…‘文충견’ vs ‘尹충견’ 충돌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경찰 내 일부가 삭발과 단식, 하극상을 보이며 반발하고 있는데, 정말 기가 찰 노릇”이라고 썼다. 김 의원은 문재인정권에서 벌어진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드루킹사건 당시의 수사 중단·지연 등을 언급, “이 모든 것이 문재인 정권 내내 일부 경찰 지도부가 충견 노릇을 하면서 자행한 부끄러운 민낯”이라며 경찰국을 통한 통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경찰 출신인 같은 당 이철규 의원은 “경찰과 군은 함께 무력을 수반하고 검찰과 같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며 “법체계를 무시하고 집단행동을 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찰 중립성을 위해 용기를 낸 경찰서장들에게 제재가 가해지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조만간 열릴 윤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책임을 묻겠다고 별렀다.
같은 당 당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윤 정부의 의도대로라면 경찰은 정권의 ‘호위총국’ 행안부 장관으로 앉은 윤핵관의 ‘충견’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경찰을 정권 사수를 위한 ‘백골단’으로 앞장세우려 하는 것이냐”고 각을 세웠다. 역시 당권 주자인 강병원 의원은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정부는 지휘부 해산 지시에도 전국 총경 회의를 강행한 건 잘못이며, 당초 구상대로 8월2일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이겠단 입장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전국 총경 회의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검수완박으로 경찰은 부처보다 힘이 센 검찰청, 국세청, 경찰청 3개 청 중 가장 힘이 세질지 모르는데,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