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김형환 김윤정 기자] “보건소에서 온 확진자 투표 문자 보여주시고, 이 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제20대 대선일인 9일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가 마무리된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는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투표가 실시된다. 사전투표 당시 동선이 분리되지 않아 혼란이 빚어졌던 것과 비교해 이날 확진·격리자들의 본투표는 다소 한산한 모습까지 보이며 안정적으로 시작됐다.
| 제20대 대선일인 9일 오후 6시 서울시 서초구의 한 투표소에서 선거 사무원들이 방역복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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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6시 이전 이데일리가 둘러본 서울 서초구, 송파구, 종로구 등 곳곳의 투표소에서는 확진·격리 유권자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선거 사무원들은 모두 방역복과 페이스쉴드를 착용하고 ‘완전 무장’한 모습이었다. 종로구 사직동의 한 투표소 입구에서 대기 중이던 한 사무원은 “확진자들이 미리 오더라도 대기를 해야하고, 6시부터 들어가도록 안내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청운동의 한 투표소 사무원 역시 동거인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해 격리 대상자가 된 이들에게 보건소에서 온 투표 안내 문자를 보여줄 것을 요청하며 투표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데일리가 둘러본 투표소의 확진자 대기 줄은 대부분 10여명 내외로, 혼잡이 빚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선거 사무원들에게 보건소 문자 등을 보여주고 차례로 입장하고, 기표소에 들어가 일반 유권자들과 똑같은 과정으로 투표를 마치고 빠져나갔다.
본투표에 참여한 확진자들은 불편함 대신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서초구 잠원동에서 투표를 마친 코로나19 확진자 최모(43)씨는 “지난 7일 코로나19에 확진됐지만 투표 과정에서 큰 불편함은 없었고 평소 투표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확진자 박모(46)씨 역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확진자 투표 시간을 안내해주는 방송을 듣고 투표하러 왔다”라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웃었다.
또한 지난 8일 투표를 위해 미국에서 입국, 자가 격리 상태인 송모(50)씨 역시 “투표 시간은 다소 늦어졌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불편한 점도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첫 투표에 나선 확진자 신모(19)씨 역시 “오히려 기다리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다”라며 “정권 교체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늦더라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 9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투표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윤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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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는 이날 오후 5시 50분부터 외출이 가능하다. 이후 일반 유권자가 퇴장한 후인 오후 6시부터 7시 30분 사이 투표를 실시한다. 투표를 위해서는 신분증과 확진자 등의 투표 안내 문자 등이 필요하다. 확진·격리자들의 투표용지도 일반 유권자들과 동일한 투표함에 직접 투입된다.
앞서 사전투표 둘째 날이었던 지난 5일에는 오후 5시부터 확진자의 투표가 이뤄졌다. 이에 아직 투표를 마치지 않은 일반 유권자들과 동선이 겹치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확진자들의 투표용지가 소쿠리와 상자 등에 담겨 ‘전달’되며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일반 유권자와 확진자의 분리를 위해 시간을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고, 투표용지 역시 직접 기표 후 투입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이처럼 변경된 방식으로 인해 투표 현장에서도 불안함이 다소 가셨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류모(51)씨는 “사전투표 방식에 불신이 강해서 이날 투표 용지를 8번이나 접었다”며 “사전투표에서도 당연한 걸 하지 않아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 사무원인 김모씨 역시 “오후 5시부터 방역복으로 갈아입고 철저히 준비한 만큼 감염 우려는 크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는 “투표가 종료된 이후 투표소 내외를 철저히 방역해 투표소를 본 용도로 사용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