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는 이날 오전 7시 39분쯤 유치장을 나왔다. 고개를 숙인 김씨는 검은색 롱패딩에 모자를 눌러 쓰고, 서류 봉투를 들고 있었다. 김씨는 취재진의 “공범은 없는가”, “주식과 코인, 도박 등에 횡령한 자금을 탕진한 것은 맞는가”, “6년 동안 돈을 어떻게 빼돌렸는가”, “가족 중 횡령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모두 답변하지 않았다. 이후 호송차에 올라타 유치장을 나갔다.
앞서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계양전기는 지난 15일 245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 회사의 재무팀 직원인 김씨를 고소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이번 횡령 금액은 회사 자기자본(1925억원) 대비 12.7%에 해당한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계양전기의 주식 매매거래를 정지한 상태로, 주당 3585원, 시가총액 1169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계양전기는 지난 15일 외부 회계 감사를 받기 위해 김씨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16년부터 재무팀에서 일하기 시작, 약 6년간 은행의 잔고 증명서에 맞춰 회계 자료, 재무제표 등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횡령한 자금을 어디에 썼느냐는 회사의 추궁에 “주식과 코인, 도박과 유흥 비용으로 돈을 썼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날 “횡령 금액 중 남은 돈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또한 횡령 금액 역시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공시된 만큼 수사 과정에서 늘어날 수 있다.
경찰은 향후 김씨의 계좌를 통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공범 여부 등에 대한 수사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기준 현재까지 파악된 공범은 없는 상태”라며 “계좌 압수 영장이 발부돼 현재도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경찰은 김씨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역시 신청할 예정이다.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 범죄를 통해 얻은 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막는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