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정 ‘장미빛 검은빛’(2022), 캔버스에 오일, 181.8×227.5㎝(사진=유아트스페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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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꽃그림이라고 다 같은 꽃그림이 아니듯, 장미라고 다 같은 장미가 아니다. 나홀로 고고하게 피어 세상을 독점하는 장미가 있는가 하면 무더기로 수북이 피어 세상에 스며드는 장미도 있다.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유아독존’ 형. 하지만 작가 김현정(60)은 그런 장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 흐드러지듯 뭉쳐 있는 덩굴장미만 붓끝에 모아내니.
작가는 귀하지 않아 더 귀한 ‘역설의 장미’를 그린다. 작가의 작업이 정물화가 아니라 풍경화처럼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를 감히 배경으로 녹여내니 말이다. 주역으로 승격하기보다 조역으로 강등해 ‘튀지 않은 조화’를 명령하는 거다. 으레 다들 그랬듯 가장 찬란한 시절을 기다린 듯 포착하는 것도 아니다. 아니, 뭉텅이로 타고 올랐다가 먼지처럼 흩날리는, 그 척박한 순간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는 게 더 적절할 거다.
‘장미빛 검은빛’(2022)은 덩굴장미가 제각각 생존하는 방식을 넓은 스펙트럼으로 이어간 대작. 피고 또 지는, 살고 또 스러져가는, 그렇게 붉다 못해 검게 타오른 긴 숨을 한 화면에 옮겨냈다. 흔히 부르는 ‘장밋빛’에도 이토록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던 거다.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1길 유아트스페이스서 여는 개인전 ‘흩날리는 장미’(Rambling Rose)에서 볼 수 있다.
| 김현정 ‘흩날리는 장미’(Rambling Rose 3·2022), 캔버스에 오일, 53×45.8㎝(사진=유아트스페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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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장미 먼지’(Rose Dust·2020), 캔버스에 오일, n Canvas, 25.5 x 18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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