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실명 공개' 김민웅, 檢 징역 1년 구형

서울동부지법, 17일 김민웅 전 교수 첫 공판
김 전 교수 "실명 미처 확인 못해, 고의 없어"
"피해자에게 깊은 사과, 반성 전한다"
검찰 "피해자 고통 크고 엄벌 탄원"… 8월19일 선고
  • 등록 2022-06-17 오후 1:30:31

    수정 2022-06-17 오후 2:59:37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공개의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교수에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과 2차 가해의 실상, 상처를 극복한 과정을 담은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장민경 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비밀 준수 등)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전 교수에 대한 첫 공판을 열어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김 전 교수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자신이 게시한 손편지 사진에 피해자의 실명이 적혀있던 것을 몰랐고 공개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앞서 김 전 교수는 지난 2020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 비서의 손편지’라며 성추행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쓴 생일 축하 편지 등 자필 편지 3통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에는 피해자의 실명이 지워지지 않아 실명이 노출됐고, 김 전 교수는 이를 삭제하고 ‘실명 노출은 고의가 아니었다’며 사과문을 올린 바 있다.

이후 A씨 측은 김 전 교수를 서울경찰청에 고소했고, 경찰은 작년 6월 그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약 10개월만에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 4월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법정에 출석한 김 전 교수는 자신의 혐의와 공소 사실에 모두 인정하지만,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의 변호인은 “사진을 게시할 당시 A씨의 실명이 기재됐던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실제로 게시 후 10분 이내에 바로 게시물을 수정했다”면서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 깊이 책임을 지고 있고,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교수에 대해 징역 1년형을 구형하며 “결과적으로 실명이 노출돼 이로 인한 A씨의 피해가 상당했고 김 전 교수에 대해 엄벌을 탄원했던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교수는 최후 진술을 통해 다시 한 번 A씨를 향해 과와 반성의 뜻을 전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 전 교수는 “제가 주의를 좀 더 기울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로, 실명 노출의 고의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고통을 주게 돼 A씨에게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박 전 시장의 죽음으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 사회가 이를 판단할 필요가 있고,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제 행위로 인해 이 질문의 의도가 퇴색됐지만, 다시 한 번 질문의 진지함이 평가되길 바라며 다시 한 번 A씨에게 깊은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도 재판부에 선처를 거듭 요청했다. “피고인이 깊이 뉘우치고, 진지한 반성을 해왔으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깊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형사 처벌 전력, 재범 위험 등도 없으며 A씨와 여성단체 등에서 행해진 비난 역시 피고인이 모두 이를 감내해왔던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공적 활동,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단하고 자숙해왔으며, 노령의 나이에도 현재 노모 부양, 미국에 있는 배우자와 자녀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 등도 고려해 최대한의 감형을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20년 7월 8일 A씨가 성추행 혐의로 그를 고소한 이후인 10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에 해당 사건은 지난 2020년 12월 29일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한편 김 전 교수에 대한 선고는 오는 8월 19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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