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더워지는 지구..폭염은 출산율 낮추나요?[궁즉답]

기온과 출산율은 음의 상관관계라는 연구 보고서
성욕 감퇴하고 경제력 상실하면서 임신 가능성 하락
다만 일개 요인이지 절대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 시각
  • 등록 2023-07-07 오후 2:46:13

    수정 2023-07-07 오후 2:46:13

Q. 지구 평균 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치로 올랐다고 하는데, 기온이 오르면 출산율이 내려가나요?

지난 5일 광주 북구 일곡 제1근린공원 축구장에서 학생이 운동 마치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A. 기온과 출산율은 음의 상관관계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2017년 나온 ‘폭염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는 참고할 만합니다. 보고서는 ‘일 최고기온 섭씨 28~30도인 날 대비 30~32도인 날이 하루 증가하면 9개월 후 출산율이 0.19% 하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선 폭염은 성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더위를 견디느라 체력 소모가 많다 보니 그렇다는 것이죠. 더운 환경에서 남성은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덜 분비됩니다. 마찬가지로 성욕 저하 원인입니다. 습한 탓에 육체관계를 꺼리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하죠. 나아가서 보더라도 임신 성공 확률도 낮아집니다. 남성 정자는 더울수록 활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더위로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변수입니다. 온열질환 환자 수는 2020년 1만3292명으로 10년 전(2011년) 1만2468명보다 6.6%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연평균 0.7%씩 늘어났습니다. 가임 연령대를 제외하더라도, 환자 수는 증가 추세로 보입니다. 임신의 변수인 폭염의 영향을 받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의미겠지요.

임신을 방해하는 요소는 간접적으로도 존재합니다. 폭염이 영향을 미치는 경제 주체는 무수합니다. 우선 농업을 예로 들어볼까요. 폭염은 농작물의 생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생산량 저하→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로써 소비 주체는 전보다 구매력이 달릴 수밖에 없겠죠.

이뿐이 아닙니다. 온열질환은 노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20 폭염 영향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폭염 탓에 근로자 업무 효율은 13% 넘게 감소했고, 온열 질환자 발생이 높은 직업군은 업무 효율이 25% 넘게 줄었습니다. 업무효율 저하로 발생한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약 51만 시간, 이를 하루 8시간 근무한 것으로 가정하고 계산하면 약 3539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그만큼 소비 주체의 구매력이 감소한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경제력과 출산율은 양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2019년이 2010년보다 출산율이 감소했지만 소득이 적을수록 감소폭이 컸습니다. 이 기간 소득 하위층 출산율은 51.0%, 소득 중위층은 45.3%, 소득 상위층은 24.2% 각각 감소했습니다. 온열질환자 가운데 경제활동 인구는 상당수가 소득 중위층 이하로 추정됩니다.

다만 반대 의견도 존재합니다. 폭염이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면, 폭염이 지나간 이후 출산율은 상승하느냐는 겁니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을 보면 그렇습니다. 7~9월 시기로부터 9개월이 지난 출산율이 감소하더라도, 이 기간을 제외한 출산율은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사실 더위는 선풍기나 에어컨과 같은 냉방 시설의 도움을 받아서 피할 수 있습니다. 외려 더울 때는 바깥 활동을 줄이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에, 남녀가 육체관계를 맺을 환경이 조성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무더위가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을지언정, 근원적인 원인으로 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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