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이 한국 정부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를 과잉 진압,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다며 국제연합(UN)의 인권, 집회 및 시위 관련 특별보고관에게 긴급 진정서를 제출한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이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장애인 권리 보장 촉구 지하철 행동 과잉진압에 대한 UN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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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과 전장연 등 시민단체들은 1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 권리보장 촉구를 위한 지하철 행동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이 있었다”며 “이를 국제 사회에 알리기 위해 UN 특별보고관(특보)에게 한국 정부의 탄압에 대한 긴급진정서를 제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독립적인 인권 활동 조직인 △장애인권리에관한특별보고관 △집회시위에관한특별보고관 △인권옹호자특별보고관에게 긴급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UN 특별절차’에 따르면 주제별 인권 전문가들에게 긴급 호소 등 진정서를 제출하면, UN은 이미 발생했거나 발생 위험이 있는 인권 침해 사례에 개입할 수 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은 정부의 당시 대응이 장애인 당사자의 정당한 집회·시위 권리에 대한 탄압이었다고 비판했다. 최 국장은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당시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 3~4배에 달하는 인원을 투입해 정당한 집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며 “이에 폭력 진압과 장애인 활동가들에 대한 과도한 민형사 소송, 혐오 조장 등을 UN 특보에 제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달 2~3일,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 20주기인 지난달 20일 등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서울역, 삼각지역 등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 등을 요구하며 승하차 시위를 시도했다. 이를 막기 위해 당시 서울교통공사는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삼각지역 무정차 통과를 실시했고, 경력 800여명이 투입됐다. 이로 인해 전장연 활동가 약 15명이 부상을 입고, 휠체어 등이 파손됐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은 UN의 인권 지침에 어긋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최 사무국장은 “국제규범에 비춰봤을 때 한국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으로 장애인 활동가들을 탄압시키는지,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이번 특보 진정의 취지를 밝혔다.
관련 활동가들은 이번 특보 진정은 국제 사회에 한국의 인권 실태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류다솔 민변 변호사는 “인권 관련 전문성을 갖추고 독립적인 조사와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기관이 특보”라며 “진정이 접수되면 사안 검토 후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공식적으로 정부에 사실관계를 요청하거나, 규범 준수를 권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내역이 모두 UN에 공개되고, 국제 사회가 한국의 인권 수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훈식,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참여했다. 아울러 전장연뿐만이 아니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장애인 인권 단체와 시민단체 400여곳이 연명했다. 이들은 향후에도 적극적인 실태 모니터링과 국제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