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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사문서위조 교사·위조사문서 행사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교육부 직원들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교육부 교과서정책과 공무원인 피고인들은 2018년 초등학교 사회 6학년 1학기 교과서 중 ‘8·15 광복과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문구를 ‘8·15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하는 등 일부 내용을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 맞게 수정하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 국정도서 편찬위원장이 협조를 거부했다.
이에 피고인들은 편찬위원장을 배제한 채 자문위원 등을 별도로 위촉해 213개의 교과서 수정사항을 정해 교과서 수정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직권을 남용해, 편찬위원장의 교과서 수정 등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편찬위원장을 배제하고 교과서를 임의로 수정하기 위해 편찬위원회 소속 편찬위원 1인을 집중 수정보완위원으로 선임한 후 그로 하여금 편찬위원장의 권한 일부를 수행하도록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 또한 발행사 직원으로 하여금 편찬위원장에게 교과서 수정자료를 제공하지 않게 하고, 교과서 심의진 명단에 기존 심의위원 명단을 그대로 두게 했으며, 교과서 수정·보완대조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편찬위원장 명의의 교과서 수정·보완협의록을 위조·행사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교과서 수정에 반대하는 편찬위원장을 의사결정에서 배제하고 일부 교수와 교사를 위촉해 교과서를 고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이 이전까지 ‘대한민국 수립’ 문구를 지적하는 민원에 ‘문제없다’고 하다가 갑자기 새 정부 들어 정반대 행위를 한 것도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피고인 측은 항소심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가 이뤄졌다”며 “교과서 수정은 전문가들이 결정한 것이다. 실무자는 이를 주도하고 결정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2심 “편찬위원장의 권리 방해 아냐…위조 지시 증거 부족”
2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들은 교육부장관에게 주어진 교과서 수정·보완권을 위임받아 행사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2009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맞게 교과서를 수정하려고 한 것이므로, 위법한 직권행사라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편찬위원장에게 교과서 수정·보완절차를 주관해 교육부에 승인을 요구할 권리가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사문서위조교사 및 위조사문서행사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이 발행사 직원에게 교과서 수정·보완협의록에 편찬위원장 도장을 임의로 날인해 위조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대법 원심 수긍…“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법리 오해 없어”
이에 검사가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쟁점인 △피고인들의 직권남용 여부 △피고인들이 국정도서 편찬위원장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수정보완위원과 교과서 발행사 직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 여부 △피고인들의 사문서위조교사 및 위조사문서행사교사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대법원은 피고인들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수긍하고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