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초기 정황에 대한 법률 검토 결과, 지자체 등 관리 주체들의 안전 관리 미비로 인해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국가하천인 미호강을 관리하는 책임 주체인 청주시는 물론, 이 의무를 위임한 충청북도 도지사, 환경부 장관 등 ‘윗선’들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권영국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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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학자·전문가 130여명으로 구성된 중대재해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 전문가넷)는 20일 서울 서초구 민변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권영국 중대재해 전문가넷 공동대표는 “미호강 제방 관리의 부실, 지하차도 침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도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에 따라 각 주체들의 책임 소재를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인근 미호강의 범람으로 인해 순식간에 물이 들어차 14명이 사망, 10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당일 오전 4시 10분쯤 홍수 경보가 발령됐지만, 미호강 임시 제방이 붕괴된 오전 8시 40분까지 약 4시간의 시간 동안 차량 통제 등 안전을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대재해 전문가넷은 임시 제방과 지하차도가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하고 있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며, 관리상 결함으로 인해 재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대시민재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장은 책임 주체로 명시돼있다.
이번에 범람한 미호천은 국가하천으로, 하천법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관리를 맡는다. 환경부는 이 관리 권한을 충청북도에게 위임하고, 충청북도는 청주시에 재위임해 관리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이 같은 위임 및 관리 과정에서 구체적인 관리나 보고체계에 미비한 점이 있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아울러 참사가 일어났던 궁평2지하차도의 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권 공동대표는 충북도지사를 향해 “도로 관리의 주체로 긴급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했고, 청주시장에 대해선 “관할 행정구역 내 재난이 발생하거나,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재난안전법에 따라 응급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아직까지 지자체와 환경부는 물론 미호강 임시 제방을 설치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까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까지 투입한 전담 수사팀을 꾸려 책임 소재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손익찬 변호사는 “안전관리의 총 책임자가 이를 소홀히 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면, 의무조항의 유무뿐만이 아니라 의무를 왜 이행하지 않았는지 등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