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바닥난 테슬라, 정크본드 뛰어들었다(종합)

1.7조 회사채 첫 발행..금리 5%대 ‘투기등급’
'모델3' 대량 생산 '실탄' 확보…부채 100억弗 넘어서
"앞으로 자금조달 익숙해져야…전무한 경험은 위험 요인"
  • 등록 2017-08-08 오전 10:02:39

    수정 2017-08-08 오전 10:02:39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안승찬 뉴욕특파원·방성훈 기자] “모델3는 놀라운 차량이지만, 최소 6개월이라는 ‘지옥과 같은 제조과정(Manufacturing Hell)’을 거쳐야 한다.”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州) 프리몬트 공장에서 1년 전 선주문한 고객 30명에게 모델3 차량을 전달하는 행사를 개최하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생산 체제로는 모델3를 대량 생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당시 “대량 생산을 위한 제조업체로서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부채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열흘 만에 현실이 됐다. 테슬라는 7일 무려 15억달러(한화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가 일반 회사채를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채권은 2025년 만기로 연 5%대의 금리 조건에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등급이 낮은 고위험 채권(정크본드)의 이자율이 최근 5%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의 채권 역시 위험도가 높은 정크본드로 취급되고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는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한해 적자폭이 6억달러가 넘는다. 지난 2분기에도 테슬라의 매출은 27억9000만달러로,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적자폭은 3억3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억9300만달러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 투자비가 너무 많은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채를 발행, 테슬라의 부채는 100억달러를 넘어서게 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까지 테슬라의 부채는 총 97억6700만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신용평가회사 S&P가 테슬라의 회사채에 투자에 ‘주의’를 요구하는 신용등급을 ‘B’를 부여한 이유다. 대규모 부채를 지고 적자를 내는 회사에 선뜻 돈을 빌려줄 사람이 없다. S&P는 “만약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생산이 늦어지거나 기존 ‘모델S’와 ‘모델X’의 추가 생산 비용이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을 더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평가는 더 박하다. 무디스는 테슬라의 회사채에 ‘B3’를 부여했다. 투자주의 등급 중에서 가장 아래 단계다. 무디스의 브루스 클라크 부사장은 “테슬라는 완전히 새로운 차량(모델3)의 급격한 생산 증가로 상당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테슬라 ‘모델3’의 내부. (사진=테슬라)
테슬라는 지금 변곡점에 있다. 테슬라는 대량 생산체제를 갖춰 본 경험이 없다. 7만달러짜리 고급 차를 만들어 조금만 팔았다. 기존 모델S와 모델X를 모두 합쳐서 연간 10만대 수준이다. 그런데 차량 가격을 3만5000달러 수준으로 낮춘 보급형 차량 모델3는 연간 50만대씩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예약을 받은 주문량만 벌써 45만5000대에 달한다.

당연히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다. 하반기에만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조립공장과 네바다주 리노에 있는 배터리공장을 증설하는 데 20억달러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모델3’의 성패에 테슬라의 운명이 달렸다. 테슬라가 정크본드라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도 모델3 대량 생산을 위한 실탄 확보의 성격이 강하다.

모닝스타 리서치의 데이비드 휘스턴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야심찬 성장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자본 조달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P캐피탈의 수석 애널리스트 에프레임 레비는 “테슬라는 내년 중반까지의 자금을 마련했지만, 자금이 떨어질 위험이 여전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테슬라의 주가에 기대기에도 너무 늦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선 보급형 차량 모델3가 성공하게 되더라도 고급형 모델S와 모델X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 다른 방향으로 수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모델3 출시 소식이 알려진 이후 올해 2분기 모델S와 모델X 차량 인도분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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