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김윤정 기자] “새벽까지 이어질텐데…우리 동네 일이니까 끝까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가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를 끝으로 모두 종료된 가운데, 곳곳의 개표소로 옮겨진 투표함들이 열리며 본격적인 개표작업이 시작됐다.
투표함이 열리자 7~8장에 달하는 투표지 분류가 쏟아졌고, 이를 분류해 담는 것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개표 참관인들 역시 “새벽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며 눈을 빛냈다.
| 1일 오후 8시 30분쯤 광진구 세종대 컨벤션홀 개표소에서 투표용지들이 분류되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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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7시 무렵 이데일리가 돌아본 서울 시내 개표소들에서는 투표함이 도착하기 이전부터 북적이기 시작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개표소인 세종컨벤션홀에서는 옮겨지는 투표함을 관리하기 위해 경찰들이 배치됐고, 비표를 착용한 개표 사무원과 개표 참관인들도 몰려들었다.
투표 종료 이후 약 10분여가 지나자 파란색 봉인지가 부착된 투표함이 속속 개표소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경찰의 입회 하에 옮겨진 투표함은 각 선거구별로 분류돼 개표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투표함을 옮기는 2~3명의 선거사무원들은 “생각보다 무겁다”며 들어 옮겼고, 경찰 역시 “뛰실 필요 없다, 천천히 가자”며 투표함에 따라붙었다.
경찰 관계자는 “개표가 최종 완료되는 새벽까지 선거관리위원회와 협조하며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개표 참관인으로 온 50대 장모씨는 “투표 종류도 많다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투표율도 낮더라”며 “자정 이후까지 일하기 때문에 믹스 커피도 마시고 열심히 보겠다”고 말했다. 시의원 선거를 참관하러 온 김종철(65)씨는 “40년째 광진구 중곡동에서 살고 있는데 동네 일이니까 동네가 잘 되기 위해서라도 나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8시 30분 무렵부터는 투표함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본투표 이전 진행된 사전투표함, 우편으로 도착한 투표지 등이 먼저 열렸고, 개표사무원들은 시의원, 구의원, 시장 등으로 구분된 바구니에 색색깔로 다른 투표지를 분리해 담기 시작했다. 이후 사무원들은 투표지를 한 방향으로 정리한 뒤 분류기에 넣어 유효표와 무효표를 분류했다. 무효표로 분류한 투표지의 경우 무효 여부를 재차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투표지가 모습을 드러내자 개표 참관인들도 바빠졌다. 참관인들은 개표 테이블을 돌며 투표지를 직접 확인했고, 스마트폰으로 이를 촬영하기도 했다. 일부 참관인들은 스마트폰에 삼각대를 설치해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의 투표지까지 눈에 담았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자유롭게 볼 수 있으나, 손을 대서는 안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 1일 오후 7시 45분쯤 개표소인 양천구 계남다목적체육관 앞에 투표함들이 도착해있다. (사진=김윤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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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계남다목적체육관에서 만난 참관인들 역시 개표와 함께 투표지가 분류되고 있는 테이블을 돌기 시작했다. 2005년 탈북 후 참관인으로 온 탈북인 장철혁(30)씨는 “북한에서는 선거가 없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다”라며 “대학을 다니고 있어 내일 오전 수업이 있지만 새벽까지 최대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새내기인 김민성(20)씨는 “경험을 쌓아보고 싶어서 참관인으로 지원했다”라며 “밤 새서 과제도 했는데, 새벽까지 지켜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의 잠정 최종 투표율은 50.9%에 그쳤다. 이는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선관위는 광역단체장 기준으로 자정쯤 대부분 지역에서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구청장부터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교육감 선거 등 다른 선거도 있는 만큼 최종 개표작업은 2일 새벽 5시쯤에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