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 일찌감치 서울 성동구 행당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은 최모(67)씨는 가벼운 등산복 차림이었다. 최씨처럼 투표 후 등산·산책에 나서거나 출근 전 투표하려는 이들이 하나둘 투표소로 모여들었다. 코로나19 유행이 저물고 엔데믹 국면에서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는 불과 87일 전 치러진 대선 때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119세 고령 할머니·‘새내기 유권자’도 투표소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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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만명에 달했던 지난 3월 제20대 대선과 비교하면 투표는 수월하게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한 방역지침이 대거 해제된 영향이 컸다. 유권자간 2m 간격 유지는 적용되지 않았고, 대선 때 의무였던 비닐장갑 착용 등은 ‘자율’로 바뀌었다.
다만 투표 용지가 7장으로, 유권자별로 두 차례에 나눠 투표를 진행하면서 시간이 소요됐다. 투표관리원들은 “먼저 3장 받고 투표하고, 다시 4장 받고 투표해야 하니 천천히 따라달라”는 안내를 반복했다. 실제로 유권자들은 1차로 3장(교육감, 시·도지사, 구청장·시장·군수) 선거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한 뒤 접어 투표함에 넣은 후 2차로 4장(지역구 시·도의원, 지역구 구·시·군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비례대표 구·시·군의원) 선거 투표용지를 받아들었다.
투표소엔 100세가 넘은 어르신, 이제 막 투표권을 얻은 ‘새내기 유권자’ 등 다양한 이들이 모여들었다. 1904년생으로 충북 옥천의 최고령 어르신인 119세 이용금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딸과 함께 청산면 팔음산마을회관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아버지와 함께 서울 마포구 망원1동주민센터 투표소에 온 김모(18·여)씨는 “박빙이었던 저번 대선 결과에 놀랐다. 내 한 표가 소중하고 힘이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다”며 “아버지랑 후보와 공약을 같이 따져봤고 소신껏 투표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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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는 대체로 한산했다. 이미 유권자 5명 중 1명은 지난달 27~28일 사전투표한 점이 한몫했다.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20.62%로 역대 지방선거 사전투표 중 가장 높은 기록을 썼다.
투표소 풍경과 달리 서울 한강공원 등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볕 좋은 유월의 첫날이자 임시공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이들로, 대부분은 “(사전)투표했다”고 했지만, 투표 않고 나왔단 이들도 더러 있었다. 망원 한강공원에서 만난 박모(53·남)씨는 “정치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서 나랑 와이프는 이번에 투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잘라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투표 과정에서의 ‘혼란’이 없었단 점도 지난 대선과 확연히 달랐다.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한 시간 진행된 확진자·격리자 투표는 무탈하게 이뤄졌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바구니 투표’ 논란 등 대혼란을 겪은 데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만5797명으로 확진자수가 대선 때보다 대폭 줄어든 영향 등이다. 일부 투표소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들르지 않은 곳도 있었다.
다만 개표현장만은 정신없이 분주했다. 오후 8시께부터 투표함이 옮겨진 각 개표소에선 서너장씩 함께 접힌 투표용지를 한꺼번에 쏟아내 용지색깔 등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특히 투표용지 7~8장을 한꺼번에 접어 투표함에 넣은 사전투표 선거함 개표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한 선거사무원은 “개표 때마다 부정선거니 뭐니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웠다”며 “이번 선거에서 가장 힘든 일을 맡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선관위는 광역단체장 기준으로 자정쯤 대부분 지역에서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구청장부터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교육감 선거 등 다른 선거도 있는 만큼 최종 개표작업은 2일 새벽 5시쯤에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