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디지털 성폭력 생존자 지켜라"…'여성의 날' 플래시몹

국제앰네스티, 8일 '디지털 성폭력 생존자 보호' 플래시몹
"구글 신고정책을 피해자 위주로, 빠르고 투명하게"
"피해자에게 구글은 지속적 2차 가해, 유포 방조 중"
  • 등록 2023-03-08 오후 2:06:03

    수정 2023-03-08 오후 2:06:03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는 하루에 한 시간도 자지 못하고, 계속 피해 자료를 직접 캡처해 신고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구글은 ‘편리한 검색엔진’이 아닌 ‘거대한 유포 사이트’에 불과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활동가들이 8일 구글코리아 본사가 위치한 강남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촉구하는 플래시몹을 열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글로벌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디지털 성범죄 근절 운동 단체 ‘리셋’은 8일 ‘구글, 미션 실패’라는 플래시몹을 하며, 구글이 디지털·온라인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구글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역삼역 근처의 강남파이낸스센터 앞.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쓴 활동가 1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구글 검색창이 띄워진 노트북을 들고 “디지털 성폭력 생존자를 보호해야 한다”, “생존자 중심의 신고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외쳤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부터 구글이 온라인에 유포되는 디지털 성 착취물, 불법 촬영 영상 등을 신고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범죄 피해자이자 생존자를 위해 투명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구글 대만 본사 앞에서 전날 같은 플래시몹을 진행했으며, 이날은 한국에서 여성의 날을 맞아 구글코리아를 찾았다.

국제앰네스티의 지난해 12월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성폭력 생존자와 관련 활동가 25명 중 구글에 콘텐츠를 신고한 경험이 있는 11명은 모두 삭제 요청이 제대로 처리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국제앰네스티는 구글의 신고 카테고리와 절차가 복잡함은 물론 처리 과정이 불투명하고, 이 과정에서 때로는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제출을 요구하는 등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위협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이자 생존자의 목소리를 전하며, 구글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이들이 계속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자아 활동가는 지난해 실태 조사에서 만난 피해자 ‘현진’(가명)의 입장문을 대독하며 “명백한 범죄의 피해자임에도, 추가 신원 노출을 우려해 직접 자리에서 증언조차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아 활동가에 따르면 ‘현진’은 유포가 이뤄지고 3개월쯤 후에 범죄 사실을 인지했다. 하루에 한 시간도 자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영상 유포 현황을 확인했고, 직접 수사관에게 모든 파일을 캡처하고 정리해 전달했다. 신원을 포함, 민감한 부분이 모두 드러나는 디지털 성폭력 영상의 특성상 그는 이 모든 과정을 혼자 처리하고, 마주할 때마다 지속적인 공포와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자아 활동가는 “‘현진’은 홀로 1000건이 넘는 신고를 했지만, 아직 영상 유포를 전부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구글은 피해자에게 계속해서 2차 가해는 물론, 거대한 유포 사이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언이 끝난 후 국제앰네스티 활동가들은 구글을 상징하는 색상인 파란색과 노란색 등의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리고 검은 풍선을 띄워 고층 빌딩 20~22층에 있는 구글코리아 사무실이 조금이라도 문제를 인지하기 바란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앞으로도 국제앰네스티는 구글에 피해자 위주의 신고 정책 개선, 피해자 보호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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