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중국 리스크’는 있지만, 튼튼한 기업이라 생각해서 담았습니다.”
알리바바가 최근 악재를 연이어 만나 주춤하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순매수에 나섰다. 단기 변동성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저가 매수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2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은 20일 기준(현지시간) 지난달 말 대비 11.14% 하락했다. 같은 기간 홍콩 상장 알리바바도 13.71% 하락했다.
시작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이 지난달 공개 행사에서 금융 당국의 감독 기조를 비판하면서였다. 이후 공교롭게도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로 주목 받았던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이 돌연 중단됐고, 중국 정부는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반독점 규제 초안을 공표했다. 시장은 당국의 움직임을 불확실성과 공포로 받아들였다.
| (그래픽=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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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순매수에 나섰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11월 2~20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 그룹을 6661만8286달러(약 743억원) 순매수했다.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니오에 이어 이달 세번째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앤트그룹 IPO 기대감이 컸던 지난달 순매수 금액인 980만6982(약 109억원)에 불과했다. 이달 홍콩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 그룹도 2464만9082달러(약 276억원) 순매수했다.
짧은 기간 가격이 빠르게 떨어졌고, 중장기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저가 매수 기회로 본 셈이다. 일종의 코로나19 이후 학습효과다. 지난 9월에도 테슬라, 애플 등 기술 대형주가 급락하자 국내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다. 실제 알리바바 그룹은 지난 3월 이후 꾸준히 우상향해 종가 기준 지난 10월 27일 317.14달러로 연고점을 경신한 후 줄줄이 떨어져 25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19일 이후 2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해 270달러대까지 회복한 상태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뒷받침 됐다. 올해 7~9월 알리바바 영업이익은 136억 위안으로, 작년 동기 대비 33% 하락해 시장 추정치를 밑돌았다. 앤트 그룹 상장 무산에 따른 보상이 일회성 비용으로 발생했기 때문으로, 이를 제외하면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11·11 쇼핑 축제’ 기간에는 알리바바 전 플랫폼에서 거래액 4982억위안(약 84조원)으로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전자상거래 부문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인프라 확장과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로 해당 부문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매출액에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면서 “내년 클라우드 부문의 흑자 전환이 이뤄진다면 전사 수익성 개선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앤트그룹 IPO 기대감 약화 등으로 인한 단기간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앤트그룹 IPO 중단과 반독점 법안은 시기는 아쉽지만 피할 수 없는 이슈였다”면서 “한동안은 텐센트나 징동닷컴 등 후발주자가 알리바바 대비 아웃퍼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