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오는 2027년 부산·울산항부터 미국 시애틀·타코마항까지 태평양을 횡단하는 구간이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 없는 녹색해운항로로 선정돼 시범운항을 실시한다. 정부는 호주와 싱가포르, 덴마크 등과도 녹색해운항로 구축과 이를 위한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연료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친환경 조선·해운 선도국 입지를 굳힌다.
|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이 지난 1일 ‘글로벌 녹색해운항로 추진전략’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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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2일 국무회의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녹색해운항로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완전 탄소중립(넷제로)을 목표로 삼아 2027년부터 본격적인 규제 도입을 앞둔 만큼 친환경 선박과 해운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실제로 국내 조선소에서 수주되는 선박의 약 78%는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중이다. 또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국 상하이 등 주요 거점 항만을 중심으로는 총 44개의 녹색해운항로 구축 협력이 발표되며 전세계 해운·항만 분야의 탈탄소화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에서도 친환경 녹색항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수부는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세부전략을 마련했다.
먼저 부산·울산항과 미국 시애틀·타코마항을 잇는 항로는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운반선이 탄소배출 없이 다니는 ‘예비 녹색해운항로’로 선정됐다. 올해 한국과 미국 양국은 세부 로드맵을 만들고, 내년부터는 친환경 연료공급 기술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거쳐 2027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송명달 해수부 차관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해당 항로를 컨테이너 선박 한 척이 무탄소 연료로 운항한다면 연간 자동차 약 3만2000여대가 내뿜는 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호주, 싱가포르, 덴마크 등 주요 해운국들과 녹색해운항로 확대도 추진한다. 해수부는 올해 호주와 녹색해운항로 협력을 위한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공동연구에 들어간다. 싱가포르와는 내년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국과 싱가포르, 유럽을 잇는 ‘메가 녹색해운항로’ 구축에 나선다. 또 덴마크와는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 친환경 선박기술 관련 협력을 강화한다.
그린 메탄올, 그린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인프라도 마련한다. 정부는 녹색해운항로 시범운항 등 국제 수요에 따라 친환경 연료 공급 및 실증을 추진하고, 표준화된 공급 절차와 안전 지침을 마련한다. 해수부는 지난해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방안’을 통해 2030년까지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고, 항만 내 저장능력을 100만t(톤) 확보하기로 했다. 송 차관은 “지난해 설정한 목표의 큰 틀을 가져가며 2027년에는 10%까지 확대가 목표”라며 “우리가 갖고 있는 해운 경쟁력을 친환경 시대에도 가져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수부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국형 녹색해운항로 솔루션’을 제공해 교육 및 컨설팅 분야의 역량도 키운다. 아시아와 중남미 등에는 기술지원을 확대하고, IMO의 탈탄소 정책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해 각종 교육과 컨설팅도 실시한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녹색해운항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이행수단”이라며 “2050년 국제해운 탄소중립을 앞둔 선도적 대응, 새로운 해운·조선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