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제주도 해녀와 어민을 포함, 일반 시민 4만여명이 정부에 대한 헌법소원에 나섰다. 이들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정부가 오염수에 대한 적절한 정보 제공, 국민들의 참여 보장권 등을 저버려 중대한 기본권 침해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 16일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제기’ 기자회견에서 조영선 민변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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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은 1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제기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의 대상은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외교부, 해양수산부 등 국가기관의 장관들이다.
조영선 민변 회장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는데, 현재 오염수 해양 투기로 인해 이러한 권리가 침해받게 될 위기”라며 “대한민국 정부는 현대와 미래 세대를 담보로 한 해양수 투기를 막아야 한다”고 헌법소원 제기의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민변 대리인단은 지난달 4일부터 지난 7일까지 약 한 달여간 헌법소원 청구인들을 모집했다. 대표 청구인으로는 제주 해녀 김은아(48)씨가 나섰고, 어민들을 대표해서는 김종식 전국어민회총연맹 상임부회장이 참여했다. 청구인단에는 이들과 함께 해산물을 섭취하는 시민과 해외 동포, 프리다이버 등 4만25명의 시민이 함께했다.
시민들 외 청구인단의 목록에는 한반도 인근 수역에서 서식 중인 남방큰돌고래와 밍크고래 등 해양 오염수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고래 164마리도 포함됐다. 고래들의 법적 후견자 역할은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담당한다. 김소리 변호사는 “기본권의 주체는 단순히 ‘국민’을 넘어 외국인과 사단, 동물 등도 포함해 넓게 인정될 수 있다”며 “전 지구적 기후 위기라는 변화된 시대상황에 맞춰 적극적 헌법 해석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외국인과 고래들까지 이번 헌법소원에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해녀와 어민은 물론, 민변 변호사들이 나서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된 의미와 문제점을 설명했다. 김은아씨는 영상을 통해 “1년에 절반은 바닷속에 들어가서 물질을 하는데, 바닷물이 피부에 닿는 것은 물론 입과 신체기관에도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바다가 죽으면 해녀도 죽는 것”이라며 “자연과 생태, 그리고 이에 연관된 사람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번 헌법소원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김종식 부회장 역시 “어민은 이미 생계가 막막해진 상황이며, 국민들의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며 “어민들의 사정을 헤아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정부가 오염수 투기에 대해 독자적인 평가를 하지 않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음(부작위)’으로서 기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해 ‘괴담’이라고 치부하며 불충분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이예지 변호사는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며 “이번 헌법소원 청구를 통해 정부의 의무가 확인되고,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오염수 방류 계획을 설명 후 시기를 결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빠르면 이달 말에는 본격적인 방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