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23일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 사실을 공시한 플라스틱 가공 업체인
세우글로벌(013000)이 조회공시 이후 거래정지까지 ‘6분’의 시차가 발생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한국거래소 등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거래소의 늦은 조치로 피해를 본만큼 적극적인 대응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
세우글로벌은 23일 오후 12시 23분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받아 거래가 정지됐다. 그런데 거래정지가 이뤄진 시점은 오후 12시 29분으로, 이 과정에서 조회공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장조치 간에 6분의 시차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6분간 매물이 쏟아져나오며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 현재 세우글로벌은 2470원에 거래가 멈췄다. 실제로 23일 세우글로벌의 거래량은 180만주였는데, 이중 80만주가 6분 사이에 쏟아져나오며 하한가로 치달았다.
이러한 지연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조회공시와 시장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규정은 원칙상 없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에서 세우글로벌의 감사보고서에 대한 비적정 의견이 돌기 시작했고, 회사가 장 마감 후에야 보고서 제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해 시점에 차이가 나서 빠른 조치가 필요했다”라면서도 “여기에 점심시간 등이 겹쳐서 결과적으로 시장 조치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조치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투자자들은 약 200여명에 달하는 주주들과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총 주식 수를 모두 더하면 약 230만여주로, 전체 세우글로벌의 상장주식수(약 2870만주)의 약 8%에 달한다. 세우글로벌에 투자한 한 투자자 A씨(2만1000주 보유)는 “단기 차익을 위해 투자한 것은 맞지만, 재무제표상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어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는데 황당한 기분”이라고 말했으며, 다른 투자자 B씨 역시 “거래소가 다른 기업들은 동시에 거래정지를 했음에도 세우글로벌만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우글로벌은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 약 14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33.6% 늘어나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고 공시한 바 있다. 지난 2019년에도 11억원, 2018년에도 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꾸준하게 이익을 내왔으며, 1978년 설립 후 1989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러한 회사가 지난해 외부감사인인 대주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 30여년만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대주회계법인은 지난해 반기보고서에는 ‘적정’ 의견을 냈지만, 약 6개월여만에 ‘의견거절’을 냈다.
통상 감사보고서의 ‘의견거절’은 계속기업으로의 존속이 불확실하거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따른 검토 의견에 대한 신뢰도가 의심될 때 나온다. 흑자 기업인만큼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은 있었고 회사가 외부 감사인에게 적절한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올바른 감사 절차를 시행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세우글로벌 관계자는 “필요한 재무제표와 자료 등이 미흡해 ‘의견거절’을 받은 만큼 향후 이의신청서 접수, 재감사 요청 등을 통해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며 “전문 회계인력을 채용하는 등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거래 재개를 이끌어내겠다”고 설명했다.
세우글로벌에 투자해 피해를 본 주주들은 우선적으로 오는 31일 예정된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에 의견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회계 장부 열람에 대한 권한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방안도 강구 중이다. 다만 거래소에 해당 시장조치에 대한 명문화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김경렬 K&L태산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업무 관행상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면 거래소에 손해배상 청구는 어렵다”면서 “추가적인 피해 방지 등을 위해서는 의무화된 규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