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유지해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우크라이나 방문을 예고하면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편에 섰던 인도가 모디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와 긴밀한 관계 모색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 지난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에서 걸어가며 대화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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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2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다. 모디 총리의 방문은 1991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 외교 관계가 수립한 이후 인도 국가 원수가 우크라이나를 찾는 첫 번째 사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은 여러 문서에 서명하는 등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모디 총리의 키이우 방문이 주목을 끄는 건 러시아와 오랜 우방 관계를 유지하는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인도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국가로 서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와도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며 가깝게 지내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산 석유를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왔다.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모디 총리가 러시아와의 오랜 우방 관계를 의식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려는 의도는 외교적 실리를 추구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인도에 첨단 무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2021~2022년 회계연도 상품 교역액이 130억달러에 달한다. 그럼에도 인도가 러시아와의 관계에만 ‘올인’ 할 수 없는 이유는 우크라이나에서 방위 장비를 사들이고 있는 데다 유학생도 보내는 등 외교적으로 챙길 실익이 적잖기 때문이다.
릭 로소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국·인도 정책 연구위원장은 CNBC에 “인도는 러시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도 신생 양자 관계를 구축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모디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일대일 회담에서 양자 관계와 다자 협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러시아와의 전쟁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양측은 에너지와 무역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인도가 중국, 튀르키예 등과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도 현지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모디 정부가 양국 간 중재자 역할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쉬 V. 판트 옵저버리서치재단 부회장은 “모디 총리는 근본적으로 안정적인 유럽 안보 구조가 출현하는 데 관심이 높아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인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유럽, 더 넓게는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대응을 위한 탐색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